한국의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로 평가받는 동원증권 이채원 상무(사진)가 최근 기존의 가치투자 전략 선회 방침을 밝혀 주목된다. 그레이엄식은 싼 주식을 사서 장기간 묻어놓는 반면 버핏식은 상대적으로 이익의 질과 미래 성장성에 더 비중을 둔다.
이 상무는 “과거에는 싼 주식을 사서 오래 보유하면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지만 증시 환경이 바뀌면서 이런 종목을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저평가된 우량 종목의 주가가 대부분 제자리를 찾았다는 것.
그는 과거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소외 종목을 찾아 장기투자하는 방식을 고집해 왔다.
만 4년 동안 그가 굴린 회사 1400억원대 고유자금의 누적수익률(3월 말 기준)은 167.85%. 이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은 2.27%에 그쳤다. 롯데칠성과 한일시멘트, 삼천리 등은 그가 발굴해낸 대표적인 장기 ‘대박’ 종목에 속한다.
그러나 현재 남아 있는 저평가 주식의 상당수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따라서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이 상무는 “앞으로는 사업 전망과 개별 기업의 프랜차이즈(독점적 가격결정력) 가치, 지배구조,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 등에 더 많은 비중을 둬 투자 대상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량적(定量的) 분석 등을 통해 싼 주식을 가려냈던 과거와 달리 정성적(定性的)으로 접근하는 ‘신(新)가치투자’ 방식으로 성장성 중심의 투자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회사의 자산운용실을 총괄하면서 과거보다 규모가 부쩍 커진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것도 이런 전략 선회의 한 가지 요인이다.
“한국 증시에서 가치투자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주변의 냉소를 무색하게 만든 이 상무는 올해도 벌써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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