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실][인문사회]당당하게 자신의 장점을 소개하자

  • 입력 2004년 4월 23일 17시 33분


◇7막7장 그리고 그 후/홍정욱 지음/302쪽 위즈덤하우스 8800원

청소년기란 우상이 필요한 때다. 불안정한 현재, 확실치 않은 꿈을 다잡아 줄 수 있는 인생의 모델이 있다면 고민과 방황은 훨씬 줄어들 터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유명인(Celebrity)과 영웅(Hero)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단순히 인기 있다는 이유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과 진정 옹골찬 삶으로 존경 받는 사람을 가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많은 아이들이 인기인에게 매달리지만 정작 삶의 멘터(mentor)가 될 만한 인물은 따분한 위인전 읽기 수준에서 흘려버리기 쉽다.

이 책은 지금은 언론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되어 있는 저자의 자서전이다. 그의 삶은 말 그대로 ‘한 편의 드라마’다. 조기유학이 흔치 않았던 80년대 초반, 케네디 대통령 같은 인물이 되기를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간 중학생 홍정욱은 명문 하버드대, 베이징대, 스탠퍼드대 등을 거치며 삶의 한 단계 한 단계를 완성해 간다. 그의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성장배경은 우상을 좇는 청소년들의 감성을 손쉽게 휘어잡는다.

나는 이 책을 고 3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한 지침으로 소개하고 있다. 단점과 실패를 솔직하게 고백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자신의 성공과 장점을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저자 특유의 서술 방식은 자신을 소개하는데 미숙한 우리 학생들이 꼭 배워야 할 글쓰기 방법이다.

더욱이 저자는 ‘위인’이 아니라 아직 그 삶의 성공여부에 관한 한 검증과정에 있는 34세 젊은이이다. 그 때문에 이 책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숭배가 아닌 비판적 논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업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네 중등학교에서 가장 취약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무엇 때문에 공부해야 하는가?’를 학생들 스스로 고민하게 하는 부분이다. 이 책은 진지한 고민을 통해 청소년들 삶의 이정표를 세우게 하는 좋은 토론 소재가 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이 책과 ‘전태일평전’(돌베개)을 함께 읽게 하는 것도 좋겠다. 이 책이 보여주는 ‘공인된’ 엘리트의 삶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던진 전태일의 삶은 정반대인 것 같지만 사실은 하나다. 치열하게 인생을 살고 세상을 올곧게 세우고 싶은 청년의 열정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둘을 비교해 바라보면서 학생들은 나름의 균형감각으로 삶의 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안 광 복 (서울 중동고 철학교사·학교도서관 총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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