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박용/ '로또 대박'이 외국으로 간 까닭

‘로또 대박’의 꿈은 한국인만의 것일까요. 로또가 불티나게 팔릴 때마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 외국인들이 있습니다. 로또복권시스템 사업자로 선정된 코리아로터리서비스(KLS)의 외국인 주주들이 주인공입니다.

KLS는 2월 말 주주총회를 열고 주당(액면가 5000원) 1만원씩의 고액 배당금을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홍콩 뉴월드그룹의 자회사 CTF는 딱 한번의 배당으로 투자금(3000만달러)의 절반에 해당하는 170억원을 챙기게 됐습니다. 게다가 CTF가 현재 보유한 KLS의 지분 14.7%(174만주)의 평가이익도 700억원에 이릅니다. 1년 만에 투자금의 절반을 회수하고, 2배 이상의 평가이익을 올린 셈입니다.

KLS는 로또복권 1장에 9.25%의 수수료를 받아 지난해 매출액 3329억원, 당기 순이익 1709억원의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지난해 로또복권이 정부의 예상치(3400억원)보다 10배 이상 많은 3조8000억원어치가 팔렸기 때문입니다. 돈에 한이 맺힌 한국인들이 그만큼 많았던 거죠.

국내에서 투자자를 찾지 못해 외국인을 끌어들였다는 게 KLS측의 설명입니다. KLS는 이 일로 과학기술부가 주는 투자 유치 공로상까지 받았습니다.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상을 줘야 할지 모를 판입니다.

최근 로또복권 수수료를 정부가 낮출 움직임을 보이자 KLS 주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CTF측은 수수료를 조정할 경우 사전 협의를 거치라는 서한을 정부에 보냈다고 합니다.

“정부가 정한 수수료를 믿고 한국 기업에 투자했다. 리스크를 지고 투자를 했으니 그에 따라 이익을 얻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수수료를 내리자니 국제적인 분쟁에 휘말리겠고, 내버려두자니 로또복권이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이 쏟아질 판입니다. 딱히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로또복권’을 몰라본 게 잘못이라면 잘못일까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박용 경제부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