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소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화소수만으로는 디카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졌다. 오히려 픽셀 하나하나의 색 재현력이 더 중요하므로 높은 화소수가 반드시 고화질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400만화소급의 사진과 800만화소급의 사진을 모니터로 보면 전문가들도 구별하기 힘들다. 디카의 등급은 화소수가 아니라 어떤 기능을 내장했느냐로 정해지고 있는 셈. 고급 기능을 둘러싼 제조회사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올해 디카 문화를 선돨 기술을 키워드를 통해 알아보자.》
○이미지센서(CMOS)
디카의 이미지센서로는 ‘CCD’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급 제품들은 최근 들어 ‘CMOS’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세. CMOS는 원래 PC카메라나 카메라폰 등 저가 기기에 쓰던 장치. 처리 속도는 빠르지만 30만화소 정도로 화질이 떨어지는 단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캐논은 2002년 화질을 대폭 개선한 CMOS 방식의 이미지 센서를 개발해 ‘EOS-D60’을 통해 처음 선보였다. 캐논 국내 판매사인 LG상사의 포토아카데미 윤우석 원장(31)은 “CMOS는 CCD보다 크게 만들 수 있는 데다 제조 단가가 싸고 전력 소모량이 적은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니콘도 CMOS방식의 이미지센서 ‘LBCAST’를 개발해 자사 최고급 디카인 ‘D2H’에 장착하고 있다.
○ 렌즈의 대형화
디카는 ‘축소지향적’이지만 렌즈만큼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원재료’인 빛을 제대로 받기 위해선 큰 렌즈가 유리하기 때문. 렌즈의 밝기를 나타내는 ‘F값’도 내려가고 있다.
대형 렌즈는 유리 재질, 세공 기술에 따라 해상도나 선예도의 차이가 크다. 광학기술의 역사가 짧은 전자회사들이 독일의 유명 렌즈를 장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소니 마쓰시타(파나소닉)의 고급제품에는 각각 칼자이츠(콘탁스) 슈나이더 라이츠(라이카)의 렌즈가 달려 있다. 삼성과 코닥도 슈나이더 렌즈를 공급받아 사용한다. 캐논 니콘 미놀타 올림푸스 등 전통 광학회사들은 자사가 개발한 렌즈를 쓴다.
○ 보정 렌즈
‘구면수차’ ‘색수차’ ‘회절’ ‘굴절’ ‘분산’ 등 사진의 왜곡을 막기 위해 광학회사들은 렌즈에 보정 기능을 강화해 왔다. 여기에는 볼록 오목렌즈를 다양한 방법으로 깎거나 특수 코팅을 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라이츠의 ‘바리오-서미크론’, 칼자이츠의 ‘바리오-조나’, 캐논의 ‘L’, 니콘의 ‘ED’ 등이 이런 렌즈들이다. ‘L’, ‘ED’ 렌즈는 각각 눈에 쉽게 띄는 빨간색과 금색 테를 상징처럼 두르고 있다.
고급렌즈는 주로 전문가들이 애용해 왔지만 소니 ‘F828’, 니콘 ‘쿨픽스8700’, 캐논 ‘Pro-1’, 파나소닉 ‘LC-1’ 등 고급형 일반 디카에도 사용되고 있다.
○ 초음파 모터 ‘AF’
1990년대 초 개발된 이 기술은 렌즈 경통 안의 일부 렌즈들이 공중에 뜬 상태로 마찰과 소음 없이 빠르게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한다. 자석의 같은 극이 서로를 밀어내는 원리를 이용한 기술로 고급 SLR용 렌즈에만 사용되다가 일반 디카 렌즈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똑딱이’ 디카로도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찍을 수 있게 됐다. 아무리 고급 기술이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일반 제품에도 두루 활용된다. 캐논의 ‘USM’이나 니콘의 ‘AF-S’ 등이 대표적이다.
○ 손떨림 보정
셔터속도를 30분의 1초 이하로 둔 채 사진을 찍으면 디카가 떨리기 때문에 사진이 흐릿하게 나온다. 망원 줌으로 찍을 때는 떨림 현상이 더 심해진다. ‘손떨림 보정기능’은 저속 촬영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 캐논의 ‘IS(Image Stabilizer)’, 니콘의 ‘VR(Vibration Reduction)’, 미놀타의 ‘AS(Anti-Shake)’ 등이 대표적이다. IS와 VR는 렌즈가 흔들리면서 떨림을 보정하지만 미놀타의 AS는 CCD가 움직이는 방식이다. 실제로 이 기능을 켜 놓고 찍으면 렌즈나 CCD가 덜컹거리는 ‘손 맛’도 느낄 수 있다.
○ 연속촬영, 동영상
이미지 저장을 처리하는 디카의 이미지 프로세서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덕분에 고화질과 동영상 촬영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머지않아 디카에도 캠코더처럼 스테레오 녹음용 마이크가 장착될 날이 올 전망이다.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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