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은행에 빚을 진 중소기업의 부실 대출을 한 곳에 모아 공동으로 해결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기업 채무는 개인 채무와 달리 내용이 복잡하다는 반론이 제기돼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이성규(李星圭) 부행장은 최근 “여러 은행에 빚을 진 중소기업이 부실화됐을 경우 은행들이 공동으로 대처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며 중소기업 전용 배드뱅크를 설립하자는 의견을 냈다.
중소기업 전용 배드뱅크가 설립되면 은행권이 해당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와 처리내용을 공유하고 공동 추심 및 채권회수에 따른 비용을 줄이는 등 장점이 크다는 것.
그러나 다른 시중은행들은 이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중소기업 대출은 개인 대출과 달리 대부분 담보 대출이고 채권자가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 상거래 채권자, 사채업자 등으로 복잡해 배드뱅크를 만들어 처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임원은 “배드뱅크를 설립할 수 있지만 출자나 사후정산 등 복잡한 문제가 걸려 있다”며 “은행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중소기업 대출 부실이 개인 신용불량 문제처럼 심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이 부행장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은행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