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만 해안을 따라 119만평 부지에 터를 잡은 당진제철소의 정문을 대형 트럭들이 줄지어 빠져나가고 있었다. 철강재 수급난이 계속되면서 생산라인에서 철근이 만들어지기가 무섭게 전국 각지의 공사현장으로 옮겨진다.
1997년 부도를 낸 한보철강은 현재 법정관리 상태이지만 철근 생산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철근공장의 하루 생산량은 4000t.
한보철강 생산본부장 박대철 이사는 “적정 생산능력에 비해 30% 정도를 초과생산하고 있지만 국내 수요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철소 내 유일한 가동설비인 철근공장은 이날 가동되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생산설비 정비작업 때문이었다. 공장은 쇳가루와 먼지로 범벅이 돼 있었다.
철근공장 전기로담당 이실형 계장은 “생산효율을 높이려면 전기로 등 제강설비는 두 달에 한 번, 압연설비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노후 부품을 바꿔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진제철소 직원들은 최근 회사 매각 입찰이 재개되면서 새 출발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한보철강 매각 입찰에는 포스코와 동국제강, 현대자동차 계열인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 등 내로라 하는 국내외 철강업체 10곳이 뛰어들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한보철강은 몇 년 전만 해도 철강업계의 시설 과잉으로 ‘탄생 자체가 잘못’이라는 냉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철강 수요가 급증하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한보철강의 새 주인은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10개 업체 가운데 예비실사와 다음달 25일까지 입찰서 접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의 절차를 통해 가려질 예정이다.
한보철강은 아직 6조원대의 부채를 안고 있지만 지난해엔 매출액 5300억원, 영업이익 627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부도 이후 3000여명에 달하던 직원을 5분의 1 수준인 580여명으로 줄이고 남은 직원은 총 급여의 40%를 반납하는 등 구조조정에 힘을 쏟은 결과이다. 철근공장의 연간생산량을 100만t에서 130만t 규모로 끌어올리는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해 많은 땀을 흘렸다.
올해 초에는 원자재 파동으로 고철 가격이 크게 치솟았지만 장기계획을 세워 원자재를 미리 확보한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총무팀 구본준 과장은 “지난해에는 부도 이후 처음으로 임금을 8.7% 인상하고 230%의 성과급도 지급해 직원들의 사기가 어느 때보다 높다”고 자랑했다.
당진제철소는 부도 이후 B지구 일관제철소 건설을 중단하고 A지구 열연공장의 가동도 중단했다.
박 이사는 “A지구 열연공장은 당장이라도 가동할 수 있고, B지구 설비도 70% 정도 공사가 진행된 상태”라며 “철강재가 부족한 상황인데 설비를 놀리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쓰지 않는 생산설비에 전원을 넣고 기름을 치며 정상화에 대비해 왔다”며 “회사가 정상화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구조조정으로 떠난 직원들을 다시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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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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