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투자상품의 대명사 ‘주식형 펀드’의 환매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펀드 자산에서 주식편입 비율이 60% 이상인 주식형 펀드의 잔액이 지난달 말 8조9950억원에서 이달 23일 8조2880억원으로 7070억원이 줄었다.
이는 2000년 6월 이후 월별 단위로 가장 많이 감소한 것이다.
이에 대해 증시전문가들은 2002년 4월 전후에 가입했다가 주가 급락으로 상당한 평가손실을 봤던 투자자들이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을 넘어서자 원금 회복을 기대하고 대량 환매 신청(주식형 펀드를 해지하고 돈을 찾는 것)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대한투신운용 정윤식 주식투자전략팀장은 “이달 초 종합지수가 900선을 넘어서면서 주식 환매 요구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펀드 투자자들은 지수의 추가상승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900선을 넘어서면서 추가상승 여력을 적게 본 투자자들이 선물시장에서 매도에 나서면서 프로그램(15개 안팎의 종목을 컴퓨터로 일괄 거래하는 방식) 매물이 이달 들어서만 무려 2조원가량 쏟아진 점도 증시 급등의 후유증으로 꼽힌다.
그동안 증시에서 이 같은 매물을 받아줬던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주춤해지면서 소량의 매물에도 주가 하락 폭이 커지는 상황이다. 27일 시장에선 외국인들이 2000억원을 웃도는 매도 공세를 펼쳤다.
이 같은 외국인들의 매매패턴 변화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가 대만 투자비중의 상향조정을 검토함에 따라 한국의 투자비중이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우려한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외국인들의 관망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동원증권 투자전략팀 김세중 연구원은 “매물이 늘고 있지만 외국인의 강도 높은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거래소시장이 약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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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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