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숨은 강자’가 뜬다

  • 입력 2004년 4월 27일 18시 04분


KT, KT&G, 국민은행, 국민연금….

한국의 부동산시장을 이끌 새로운 주역들이 잇따라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업종별 국내 대표기업이거나 수백조원을 주무르는 연기금이다. 언뜻 부동산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을 중심으로 부동산투자, 부동산금융, 주택시세, 부동산개발 등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땅이 곧 경쟁력=통신사업자인 KT와 옛 담배인삼공사인 KT&G는 땅 부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KT의 보유 토지는 250만평, 공시지가로 약 3조원에 이른다. KT&G는 105만평, 공시지가로 9084억원의 땅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개발이 가능한 토지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망(網)건설국 부지가 남아돌고 외국담배 소비가 늘면서 폐쇄된 연초제조창이 급증한 까닭이다.

대도시의 심각한 토지 부족을 고려할 때 땅은 곧 개발 경쟁력이다. KT와 KT&G는 땅을 팔기보다 직접 개발에 나섰다.

KT는 부산건설국 터인 부산 부산진구 가야동에 33∼50평형 아파트 299가구를 내달 초 분양한다. 첫 자체 주택사업으로 대림산업에 시공을 맡겼다. KT는 올 하반기 서울 수원 등 4곳에서 주상복합과 오피스텔도 신축하기로 했다. 이들 사업의 총 매출액은 664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KT&G는 첫 주택사업으로 전북 전주연초제조창 부지 2만1500평에 올 하반기 1000여가구의 아파트를 건립키로 했다. 수원역 앞 경기지역본부 땅에는 ‘청소년’을 테마로 한 엔터테인먼트 건물을 짓기로 하고 설계를 맡겼다. 이 회사 정헌영 부동산사업국장은 “앞으로 부동산금융에도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최근 주주총회를 거쳐 부동산사업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정 국장은 “민영화를 계기로 자산의 효율성을 높이라는 주주들의 요구가 늘고 있다”며 “부동산 등으로 사업 다각화가 이뤄져 기업 가치가 높아질 수 있지만 부동산이 주력사업은 아니다”고 말했다.

▽부동산금융 시대를 이끈다=국민은행은 지난해 부동산 시세조사 체계를 구축하는 데 50여억원을 투입했다. 부동산시세 전문업체(인터넷 포털) 1년 매출의 4, 5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국민은행 청약사업팀 이건 차장은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금융의 기초는 정확한 시세 파악”이라며 “중개업소를 통한 담보대출상품 판촉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KB부동산신탁, 국민투신운용 등과 연계해 부동산에 투자할 펀드상품을 만들고 이를 판매하는 데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작년 12월 2000억원 한도의 부동산 투자를 국회에서 승인 받아 올 하반기 처음으로 투자에 나선다. 주요 투자처는 임대수익이 보장되는 오피스빌딩.

온기선 국민연금 투자전략팀장은 “투자경험이 많은 회사와 공동으로 펀드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2, 3년 내에 연간 국내 빌딩거래 규모의 25%(약 5000억원)를 국민연금이 간접투자 방식으로 사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개발방식이 바뀐다=대규모 땅과 투자자금이 새로 공급되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는 아이디어와 사업성만 있으면 사업 계획부터 자금조달, 자금관리까지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식.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하는 부동산신탁업계에도 새로운 주역이 떠오르고 있다.

순수 민간자본으로 3월 부동산신탁업 본인가를 받은 다올부동산신탁은 로담코아시아 등 외국 업체와 함께 올해 20곳, 1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부동산신탁 등 기존 5개 부동산신탁업체도 프로젝트 파이낸싱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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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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