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현금거래 보고제’ 찬-반 논란

  • 입력 2004년 4월 27일 18시 06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액현금거래 보고제’가 국민의 사생활 침해, 금융회사 고객의 이탈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보고 기준액수를 높게 설정한 뒤 제도운용 추이에 따라 기준을 낮춰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는 금융회사에서 5000만원 또는 1억원 이상의 돈을 입출금하는 고객명단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는 제도다.

재정경제부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특정금융거래보고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다.

재경부는 이날 불법적인 자금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고액 현금거래 보고제 도입 △고객주의 의무제도 강화 △재경부 산하 FIU의 계좌추적권 확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정보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제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주의 의무제도는 금융회사가 입출금을 하는 사람이 실제 소유자인지, 어떤 목적의 거래를 하는지 등을 파악하도록 하는 제도다. 실제 소유자를 확인하기 위해 고객의 소득과 직업 등도 자세히 묻게 된다.

이 같은 제도들에 대해 민간 금융전문가들은 개인의 금융거래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장영 선임연구위원은 기조발표를 통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보고대상 및 기준금액은 금융거래를 왜곡하지 않도록 탄력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영태 교수도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번 개정안이 서둘러 도입돼야 하지만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외거래에 한정돼 있는 FIU의 계좌추적권을 국내 모든 금융거래로 확대하는 문제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았다.

하나은행 조덕중 부행장보는 “계좌추적권을 금융감독원과 검찰에 이어 FIU에까지 부여하는 것은 금융회사로서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고액현금거래 보고제가 도입되면 제도권 자금이 지하자금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시중은행의 임원은 공청회가 끝난 뒤 “고액 자산가들은 체질적으로 자신의 금융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은행 등 금융회사의 고객들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반면 정부가 관련 제도를 더욱 강도 높게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참여연대 최한수 투명사회팀 간사는 “정부 개정안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고액현금거래 보고제의 기준금액은 1000만원 또는 2000만원으로 낮춰야 하며 국세청에도 통보해 과세정보로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금융거래보고법 개정안 주요내용
구분주요 내용
고액 현금거래보고제도 도입자금세탁의 의심이 가는 거래에 대해서만 보고토록 하는 현행 규정을 보완, 일정금액(5000만원 또는 1억원) 이상의 현금 및 자기앞수표 거래는 의무적으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
고객주의의무 강화자금세탁의 의심이 가는 거래에 대해서는 금융회사 창구 직원이 고객을 대상으로 실명확인 외에 실소유자, 거래목적 등을 반드시 확인
FIU의 계좌추적권 확대현재 국외거래에 한해 계좌추적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국내 금융거래까지 포함하도록 확대
정치자금법 위반의 혐의가 있는 거래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관계자에게 소명기회를 주는 규정 폐지다른 자금세탁 거래와 마찬가지로 검찰 경찰 국세청 등에만 제공
자료:재정경제부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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