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과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해운 업종에 속한 대다수 기업의 주식은 29일 급락하며 증시 하락폭을 확대시켰다.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30% 이상이어서 중국 경기가 빠르게 둔화할 경우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업종들이다.
일부 시황전문가들은 “중국쇼크는 일회성 악재가 아니다. 주가가 고점을 찍고 돌아섰다”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애널리스트들은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말고 실적을 믿으라”고 맞섰다.
▽중국 관련 업체들 울상=포스코는 전날보다 5.77% 떨어진 14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9일 17만7000원을 찍은 뒤 연일 내림세다. INI스틸과 동부제강 등 다른 철강주들도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이날 철강업종 지수는 5.66% 급락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주도 모두 4∼5% 떨어졌다. 화학주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호남석유화학과 한화석유화학이 10% 이상씩 밀려났다. 자동차 업종의 대표주인 현대자동차는 중국 악재에다 1·4분기(1∼3월) 영업이익 감소 소식으로 3% 이상 하락했다.
홍콩 H지수가 5% 수준까지 떨어지는 약세를 보인 점도 중국 관련주 급락에 영향을 미쳤다. 홍콩 H지수는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국영 37개 기업의 주가지수로 중국경제의 선행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 기업의 대다수가 화학 및 철강업종에 속해 있다는 점 때문에 국내의 중국 수혜주 주가는 H지수에 연동되는 흐름을 보여 왔다. H지수는 작년 말 이후 ‘게걸음 장세’를 이어오다 3월 말부터 급락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실적은 괜찮은데…=이날 하락폭이 예상을 웃돈 데 대해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 그러나 이들은 “과민반응으로 하락폭이 커졌다”며 기존의 긍정적인 시각을 바꾸지 않았다.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성장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 실적에 타격을 줄 만큼의 수요 감소는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또 ‘중국 경기 과열로 철강가격이 오르면 원가 상승 부담이 된다’는 과거의 논리와는 반대로 이제는 ‘중국 경기 둔화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는 긍정적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조용준 애널리스트는 “조선업체들은 대부분 2007년 이후까지 일감이 확보돼 있어 안정적인 실적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자동차 업종의 경우도 중국의 마이카(my car) 붐이 최소 3년간은 지속될 전망. ‘자동차 대중 보급(motorization)’은 한번 시작하면 쉽게 끝나지 않는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