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성능 표시제도’는 주택가격의 형성에 올바른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집값은 주로 어느 지역에 위치하느냐는 지역적 요인에 따라 결정돼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집의 성능에 따른 등급이 매겨지면 주택가격이 품질을 기준으로 재편될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에 소재한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터무니없이 높게 형성됐던 집값이 제자리를 찾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이 제도가 도입되면 ‘새집증후군’의 문제도 줄어들 것이다. 소비자가 집을 선택할 때 주택의 환경상황에 관한 정보도 미리 알 수 있는 만큼 건설업체는 주택건설시 유해물질의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나정 대학생·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
▼“살아보니 불만” 줄어… 소비자 선택권 강화▼
지난해 아파트 분양권을 사 입주했다. 그러나 막상 입주해 살아보니 아래층과 위층간의 두께가 얇아서 소음 문제가 심각했다. 위층에서 숟가락 하나만 떨어뜨려도 아래층인 우리 집에서 큰 소리가 났다. 고교 3학년생인 큰딸은 소음을 피해 아예 독서실에서 살다시피 한다. 우리 가족은 의자를 밀면 드르륵 하는 소리가 아래층에 커다란 소음으로 전달될까봐 식탁에 앉아 밥 먹는 것도 불안하다. 다른 입주자들도 ‘내장재가 싸구려다’ ‘단지 옆으로 고압송전선이 지나간다’는 등의 불만을 자주 얘기한다. 주택성능 표시제도가 시행되면 건설사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지 않으려고 건물을 제대로 지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주택문화가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병희 주부·인천 계양구 방축동
▼등급 핑계로 자재 고급화 분양가 인상 불러▼
아파트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주택성능 표시제도’가 시행되면 그동안 분양가 책정 때 눈치를 봐 온 건설업체들이 “등급제 때문에 자재를 고급화했다”는 핑계로 분양가를 대폭 올릴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 결국 이 제도는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만드는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것이다. 층간 및 화장실 배관 소음 등의 문제는 정부가 건축법에 충실하게 규제하면 충분한 일이다. 주변 환경요인 역시 지금도 아파트 거래 때 공인중개사가 의무적으로 표기하게 돼 있어 구매자가 알아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이 제도는 결국 분양가 인상만 부를 게 뻔하므로 시행을 일단 미루고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남민배 공인중개사·광주 광산구 고룡동
▼“누구 집은 5등급” 심각한 위화감 조성 우려▼
집 없는 서민으로서 ‘주택성능 표시제도’에 반대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아파트간 차별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이에 따라 집값 격차가 심화되면서 우리 사회에 심각한 위화감이 생길 수 있다. 그렇잖아도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 용산의 씨티파크 같은 집들이 10억원대를 넘어서면서 서민들에게 자괴감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도 임대아파트에 사는 서민들은 일반 아파트 주민들과의 보이지 않는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임대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판국이다. 아파트에 등급이 생기면 ‘OO네는 1등급’ ‘△△네는 5등급’하면서 서로 등급이 맞는 아이들끼리만 어울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서민들을 주눅 들 게 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아파트 등급제는 시기상조다.
이기현 공무원·서울 금천구 시흥동
다음주 ‘독자토론마당’ 주제는 ‘서울시 영어상용화 추진 논란’입니다. 지난달 말 서울시는 2006년까지 행정문서에 한글과 함께 영어를 사용하고, 외국어를 잘하는 공무원에게 인사 가산점을 주며 간부회의를 영어로 진행하는 등 공무원·시민을 대상으로 ‘영어상용화 사업’을 펼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영어를 ‘상용(常用)’하자는 것일 뿐 공식 언어로 삼는 ‘공용화’ 정책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한글학회 등에서는 “민족 주체성을 뒤흔드는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를 늘리고 서민층의 영어교육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영어상용화를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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