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가 6억7500만원 수준인 아파트를 5억3100만원으로 신고했다가 적발된 것. 아직 소유권 이전 등기가 되지 않은 상태여서 과태료는 물지 않고, 대신 실거래가로 수정 신고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5억원 안팎인 분당의 33평형 아파트를 3억9000만원에 샀다고 신고해 허위신고 혐의를 받은 매매자는 이미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쳐 수정 신고를 하지 못했다. 이 사람에게는 정상가격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과태료가 부과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달 26일 신고제 실시 이후 ‘신고가격을 얼마로 써야 하나’라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준비된 정답은 뻔하다. 실제 거래한 가격을 숨김없이 적으라고 할 수밖에 없다.
건설교통부 담당자도 마찬가지다. 얼마에 신고해야 하느냐를 다시 물어보면 “실거래 가격으로 신고를 하면 되지, 왜 양심을 속이고 요리조리 피해 가려고 하느냐”는 답이 돌아온다.
백번 옳은 말이다. 그렇지만 정작 집을 사고팔면서 ‘정말 거래가격을 한 푼 깎지 않고 써야 하나’ 또는 ‘얼마나 적게 써야 적발 안 되나’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국민은 정책에 대한 비판은 할 수 있지만 일단 정부가 정한 정책에 대해서는 따라 주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그 정책을 믿고 한 푼도 어김없이 정직하게 신고하는 국민은 ‘양심적인 바보’가 되고, 적당히 낮게 써낸 국민은 뒤에서 웃는 풍토가 되어선 곤란하다.
이런 불온한 걱정이 드는 것은 아파트 거래 신고가격이 맞는지, 조금이라도 허위가 있는지 일일이 검증하고 적발할 만한 행정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세법은 중소기업 사장, 자영업자들을 모두 탈세범으로 만든다는 말이 있다. 주택거래신고제가 이제 아파트 사고파는 사람을 또다시 ‘잠재적 탈세범’으로 만드는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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