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위원장은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생명보험사의 투자유가증권 평가 및 처분이익 배분 문제와 관련해 생보사들을 ‘물건을 훔친 도둑’에 비유하며 “주인(계약자)이 모른다고 해서 도둑에게 물건을 줘야 하느냐”는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 부위원장은 8일 서울대에서 열린 금융연구회 월례모임 강연을 통해 “반도체 휴대전화 초박막 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등에서의 당장의 선전(善戰)이 국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며 “기존 재벌체제가 경제 전체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보수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경제는 그들만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의 비리와 반칙을 정당화하고 영속화하려는 것”이라며 “이들은 유리한 경우에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워 제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이에 반하는 행동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위원장은 또 “보수주의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맹목적으로 지키려고 수구세력화하고 있다”며 “시장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참여정부의 최소한의 노력이 급진적 개혁으로 비춰지는 것은 그만큼 기득권의 뿌리가 깊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출자총액제한 제도와 관련해서는 “재벌들이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개혁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정치적 게임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1994년 미국 예일대 대학원에서 금융경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및 은행팀장을 거쳐 2002년 12월 대통령선거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 위원을 맡았다가 지난해 3월 차관급인 금감위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이른바 ‘재벌개혁’에 관심이 많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황인학 韓經硏 실장의 반박▼
한국경제연구원 황인학(黃仁鶴) 연구조정실장은 ‘재벌’을 거세게 비난한 이동걸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마녀사냥 하듯 재벌을 다뤄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황 실장은 10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재벌이 불완전하다는 점은 우리도 인정하고 있고 재벌도 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의 강점을 부정하고 무조건 개혁대상으로 몰며 이상적 논의만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녀사냥이 1500년대 이후 계몽주의 시대가 열리면서 지식인에 의해 주도됐다”고 상기하면서 “요즘이야말로 재벌이 마녀 취급을 당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재벌을 ‘수구 세력’으로 바라보는 데 대해서는 “경제계가 현 정부의 경제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개혁은 하되 시장친화적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 시장경제체제를 확립하자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황 실장은 또 “일본의 경제학자들은 일본 고유의 기업 체제를 ‘J모델’이라는 이름 하에 장점과 우월성을 전파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적이 있다”면서 “선진국을 따라잡고 초일류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을 동원하면서 투자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대기업체제도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서도 “1987년 경제력 억제시책을 도입할 때 처음 도입된 낡은 규제”라면서 “대기업정책의 향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한 이 규제가 계속된다면 대기업은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전략적 선택변수에 대해 정부가 선을 긋고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며 “정부가 지나치게 기업 활동에 개입하기보다는 기업간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주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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