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부회장은 이날 이화여대 법대 강당에서 ‘10년 뒤 뭘 먹고 살 것인가―뜨는 일본, 나는 중국, 한국은 어디로’를 주제로 열린 제2차 전경련 최고경영자(CEO) 특강에서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글로벌 스탠더드는 다국적 기업의 논리에 불과하며 우리가 이를 따를 경우 영원한 추종자로 전락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우리의 경쟁력 원천인 한국적 차별화가 사라지고 지금은 글로벌 스탠더드만 남아 있다”면서 “그 결과 기업은 부채를 갚는 데 급급할 뿐 투자를 확대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 경제성장률(3.1%)은 1980년과 98년을 빼면 경제개발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채무 165조원, 가계부채 448조원, 신용불량자 382만명, 청년실업자 44만명 등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한국경제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고 성장 동력이 고갈되는 등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고 있다고 묘사했다.
지난해 한국의 세계일류 상품은 53개로 1994년에 비해 29개 감소했고 반도체와 자동차 통신 조선 철강 등 수출 전략품목도 선진국과 중국 등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
현 부회장이 제시한 한국적 경영전략은 자원 총동원형 ‘선택과 집중’이다.
그는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등은 모두 개별기업 차원이 아니라 삼성과 현대 등 그룹 전체의 힘과 국가적 차원의 관심 속에서 육성됐다”며 “제2의 반도체와 제2의 액정표시장치(LCD), 제2의 철강 등 차세대 전략품목에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기업은 돈이 없어 투자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에 대한 확신 부족과 기업가정신의 퇴조, 반(反)기업정서와 핵심 규제, 노사불안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면서 “기업의 투자 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규제 완화와 노사평화선언, 전략품목 지원 확대가 긴요하다”고 말했다.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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