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인 그는 생활필수품을 모두 할인점에서 사기로 했다. 또 꼭 필요하지 않지만 무심코 사는 것을 막기 위해 1회 쇼핑 한도액을 정했다. 점심은 가급적 회사 구내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이씨는 소비 구조조정 3개월 만에 할부금을 모두 갚았다.
“명품 핸드백을 들면 제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일할 때도 자신감이 생깁니다. 외식이나 오락 등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소비를 줄여 정말로 좋아하는 상품을 사니 과소비로 신용불량자가 될 일은 없죠.”
▽소비자가 변하고 있다=경영컨설팅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세계적으로 ‘상향식 소비(Trading-Up)’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씨처럼 소비자가 개인소득 범위 안에서 만족도가 낮은 상품의 소비를 줄이는 대신 절약한 돈으로 명품을 산다는 것.
BCG 패트릭 뒤카스 수석 부사장은 “소비자들은 스트레스가 많고 시간에 쫓기며 적절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며 “특별히 좋아하는 명품을 사면서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대리만족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아주 비싼 상품에 한정되지 않고 청바지 골프채 커피 양주 등 모든 소비재 분야에서 ‘새 명품(New Luxury)’이 등장했다고 BCG는 분석한다.
“과거 미국인들은 아침에 50센트짜리 커피를 마셨지만 지금은 3∼4달러짜리 스타벅스를 마십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죠.”(뒤카스 부사장)
▽푸마와 고급 보드카의 성공=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독일 운동화인 푸마 매장에는 10달러짜리 제품이 즐비했다. 소비자는 경쟁사인 아디다스 나이키 등으로 몰렸고 푸마는 90년대 들어 8년 연속 적자를 냈다.
푸마는 새로운 디자인과 고품질, 도시적 감성 등을 내세운 신제품을 내놓으며 변신을 시도했다. 제품 브랜드를 늘리고 가격은 100∼400달러로 높여 값싼 운동화가 아닌 ‘패션 운동화 명품’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98년부터 성과가 나타나 푸마는 2003년까지 연평균 매출액이 29%, 순이익이 107% 증가하는 ‘푸마의 신화’를 창조했다.
미국 보드카시장에서도 한 병에 20달러가 넘는 고급 보드카의 판매비중이 1985년 6%에서 2001년 30%로 늘었다. 맛의 특징이 없어 주스와 섞는 칵테일 재료로 여겨졌던 보드카의 이미지를 와인처럼 맛을 음미하는 고급술로 바꿨기 때문.
▽한국도 명품 경쟁에 나설 때=BCG 서울사무소 이병남 부사장은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해외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품별로 명품시장을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자동차 가전제품 등이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한국교포가 아닌 외국인에게 팔려 나가기 위해서는 분야별 명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
세계 1위 휴대전화 업체인 노키아는 고급 휴대전화 판매비중이 30%에 불과하지만 수익은 대부분 이곳에서 얻는다.
이 부사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브랜드를 확인해 제품화할 것 △브랜드가치를 높일 것 △조직원의 현지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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