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의 이 같은 견해는 최근 대기업 정책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정부와 재계의 갈등도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국의 무역정책 전반을 점검하기 위해 방한 중인 WTO 대표단이 10일 공정거래위원회,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해 이같이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WTO 대표단은 10일 공정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달 초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의 ‘2004년 세계 국가경쟁력 순위’ 보고서를 언급하며 “한국이 일부 분야에서 최하위권에 머무는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는 정부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을 만난 이병주(李炳周) 공정위 정책국장은 “WTO 대표단은 ‘공정위는 출자총액제한 등 기업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재정경제부는 사모(私募)펀드 활성화 등 투자활성화 정책을 쓰는 등 부처간 정책 방향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WTO 대표단은 이어 “이처럼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이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보는데 이에 대한 공정위의 의견은 무엇이냐”고 물었고 공정위는 “현재의 대기업 정책은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 질서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WTO 대표단은 11일 전경련을 방문해 공정위 등 정부의 규제 내용에 대한 재계의 의견을 들었다. 전경련 실무자들은 “공정위의 규제는 대기업의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번 WTO 대표단은 WTO가 4년마다 발간하는 ‘한국 무역정책 종합보고서’를 작성하는 실무자들로 구성됐다. 대표단은 6월 말 보고서를 마무리해 회원국의 의견을 반영한 뒤 9월에 열리는 ‘한국 무역정책검토회의’에 제출할 계획이다.
클레멘스 부네캄프 WTO 무역정책점검국 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WTO 대표단은 이에 앞서 6일부터 재경부 금융감독위원회 산업자원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을 방문했으며 12일 공식 일정을 끝낸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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