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1일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논의해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처간 의견 차이로 이 대책은 안건으로 상정되지도 못했다.
노동부 정병석 기획관리실장은 “10일 밤 관계 부처 간부회의에서 세부 문안을 작성하던 중 몇몇 장관이 이견을 제시했다”면서 “큰 틀은 정리됐지만 더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따라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이르면 다음주에야 확정될 전망이다. 국무회의는 통상적으로 1주일에 한 번씩 열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7일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관계 부처 장관 및 실무진 회의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23만여명 가운데 중앙부처에 있는 14만여명에 대한 대책을 모색했다. 공기업과 산하기관의 비정규직 9만여명에 대한 대책은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중앙부처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화=기능직 공무원 채용 또는 자동계약갱신제 등을 통한 정년보장(상시위탁집배원 환경미화원 도로보수원 사무보조원 등) △처우개선=단계적 임금인상 또는 연봉제 도입(상시근무자가 아닌 조리보조원 기간제교사 전업시간강사) △비정규직 고용 지속 등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정규직화 대상자는 3만∼3만2000명, 처우개선 대상자는 6만명, 비정규직 유지 대상자는 4만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부처별로 비정규직의 직종이 달라 일괄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민간부문에 미칠 파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직종에 따라 구체적인 조건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해 부처간 이견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당초 지난달까지 내놓기로 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늦춰지자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11일 “정부가 재계의 입김에 휘둘려 최종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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