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론에는 찬성하면서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각기 다른 입장 때문에 실천은 물론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하는 관행이 이번 삼성의 기업도시 개발안 철회 과정에서도 반복된 것.
아직 기업도시에 관한 구체적인 법령이나 사회적 합의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삼성측이 성급하게 기업도시를 추진했다는 지적도 있다.
탕정지역은 고속철도가 개통되고 충청권 개발 소식으로 땅값이 많이 오르고 있는 지역. 따라서 현지 주민들은 삼성측에 땅을 팔아 보상(평당 약 20만원)을 받기보다는 그냥 놔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기업도시 안을 허가했더라도 삼성이 기업도시를 원활하게 추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왜 무산됐나=표면적인 원인은 건설교통부가 ‘산업 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에 따라 민간이 아파트를 지어 일반분양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특혜 의혹도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었다. 탕정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삼성이 아파트 부지를 수용한 뒤 1만1414가구의 아파트를 지어 협력업체와 일반인에게 7351가구와 임직원에게 4063가구를 분양하고 상가까지 팔 경우 수조원에 이르는 개발이익을 독식하게 된다”며 반발해왔다.
삼성은 “기업도시를 개발하는 데 총 10조원이 필요하며 이 가운데 국고 지원 5500억원을 제외한 9조4500억원의 사업비는 개발이익으로 충당하려 했다”며 “기업도시 개발안의 전체적인 그림은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개발이익만을 부각시켜 마치 삼성이 특혜를 요구한 것처럼 비쳤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기업도시를 추진하면서 한 푼의 개발이익을 얻으려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국토 균형발전도 고려됐다. 정부는 전경련이 기업도시 안을 내놓았을 때 “기업도시 입지로 수도권과 충청권은 배제한다”는 원칙을 여러 차례 밝혔다.
정부가 희망하는 기업도시 후보지는 공항이나 항만 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곳으로 광주∼광양축이나 서남권이 대표적이다.
전경련 기업도시추진팀 유재준 부장은 “정부가 정말 기업도시를 개발할 의사가 있었다면 현행 법체계하에서도 삼성의 기업도시 개발안을 승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각론이 없는 기업도시 논의=탕정 기업도시 안이 무산된 배경에는 각 경제주체간에 기업도시의 법적 개념에 대한 합의와 준비 부족도 한몫했다.
전경련은 기업도시를 ‘정부가 개발지역을 일방적으로 선정하고 기업이 공단에 입주하는 기존 공단과 달리 기업이 공장과 배후시설을 입주시킬 위치를 자율적으로 정하고 주거 교육 의료 등 도시의 개발을 민간이 주도하면서 정부가 이를 돕는 형태’라고 말한다.
일본의 도요타시나 히타치시, 스웨덴의 시스타 파크, 핀란드 울루시가 전경련이 벤치마킹하려는 기업도시.
그러나 이런 기업도시 안은 현재의 수많은 법률과 저촉되는 부분이 많다.
이 때문에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도 “기업도시를 만들려면 여러 가지 규제가 문제되기 때문에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 해외에서 벤치마킹 모델을 찾고 있으며 이달 말까지 기업도시에 관한 2, 3가지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개발이익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전혀 없는 상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에도 손발이 맞지 않는다.
중앙정부의 입장과 달리 충남은 삼성의 기업도시 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송석두 충남 경제통상국장은 “기업도시 개발은 법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데도 왜 제동이 걸렸는지 모르겠다”며 “탕정 기업도시가 무산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탕정 기업도시는 완전히 무산됐나=이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건교부는 “탕정 기업도시 안에는 삼성측이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해 원하는 교육 의료 등 배후시설을 건설할 수는 없지만 아산신도시 개발안이 확정되면 이곳에 배후시설을 지어 기업도시의 본래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측의 공식 태도는 ‘정부가 신도시를 개발하면 그 시설을 이용하겠다’는 것. 그러나 내심으로는 정부가 고급인력 유치에 필수적인 자립형사립고, 외국인학교, 병원, 외국인이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는 인프라를 갖춰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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