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자만으로 억만장자가 된 워렌 버핏. 그의 이름 앞엔 으레 ‘전설적 투자가’ ‘투자의 귀재’ ‘세계 2위 갑부’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빈손으로 시작한 버핏은 어떻게 ‘달러의 바다’에서 헤엄칠 정도의 거액을 가진 부자가 됐을까.
이 책은 이런 궁금증을 풀어준다. 투자기법을 상세히 설명해 놓았는데도 문장이 매끄러워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저자 자신도 1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는 회사의 부회장으로 주식투자에서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번역자도 금융 실무경험이 풍부한데다 이 분야 관련 저서를 여러 권 낸 베테랑이어서 싱싱한 현장감을 주는 어휘로 번역됐다.
1930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출생한 버핏은 네브래스카대 경영학과 학생일 때 벤저민 그레이엄 컬럼비아대 교수가 쓴 ‘현명한 투자자’란 책을 읽고 감명 받아 그 교수에게 직접 배우기 위해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레이엄 교수의 수제자가 됐고 교수가 경영하는 투자회사에서 2년간 근무하며 내공을 쌓았다.
고향 오마하에 돌아온 그는 자신이 가진 100달러와 친구 친지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주식회사 형태의 자그마한 투자펀드를 결성했다. 그의 나이 25세 되던 해였다. 10만5000달러로 시작한 이 펀드의 주주들은 매년 투자금액의 6%를 배당금으로 받기로 했다. 배당금을 지급하고 남은 수익금은 3 대 1 비율로 주주와 버핏이 나눠 가지기로 했다.
이후 13년 동안 버핏은 매년 평균 29.5%의 수익률을 올렸다. 13년 중 5년은 다우존스지수가 계속 내림세였으나 버핏의 회사는 단 한해도 손해를 보지 않았다.
이 초기 펀드를 해산하고 버핏이 손에 쥔 돈은 2500만달러. 만만찮은 금액이다.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버핏식’ 투자에 나선 것이다.
버핏은 ‘버크셔 해더웨이’라는 섬유회사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까지 차지한 적이 있었다. 사업성이 없어 섬유사업은 포기했으나 제조업의 실상을 체험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 회사를 지주회사로 삼아 보험회사, 신문사, 캔디회사, 아이스크림 및 햄버거 체인, 백과사전 출판사, 진공청소기 회사 등 다양한 주식들을 사들였다.
버핏이 고르는 종목은 일상생활에서 익숙한 업종의 주식들이다. 또 현금 흐름이 좋은 회사, 별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속살이 꽉 찬 회사가 대상이 된다. 가치 있는 주식을 고른다 해서 ‘가치 투자’라 불린다. 우량회사의 주식을 사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면 장기적으로 주가는 오른다는 게 가치투자의 뼈대다.
그는 코카콜라와 맥도널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엄청난 이익을 올림으로써 버크셔 해더웨이가 ‘큰손’이 되는 기회를 잡았다.
최근 한국에 온 저명한 경제학자 조지 길더 박사는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버핏은 코카콜라처럼 너무나 안정적인 회사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으므로 높이 평가할 수 없다”는 요지로 꼬집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버핏식 가치투자로 재미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대 학생들이 주식투자에 대한 공부를 겸해서 결성한 투자클럽은 가치투자를 실천해 알찬 열매를 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번역자의 번역후기가 없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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