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황재성/‘펀드 활성화’ 투자자 불신키워

  • 입력 2004년 5월 18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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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간접투자시장의 대표상품인 펀드판매를 놓고 금융사간 경쟁이 뜨겁다. 경쟁은 증권사간 경쟁이 아니라 증권, 은행, 생명보험사 등 다른 금융업종간 경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은행이다. 전국에 위치한 영업지점을 활용한 판매 전략을 펼치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은행 최초로 1999년부터 펀드판매에 나선 국민은행은 이달 4일 현재 펀드 판매액이 10조원을 넘었다.

여기에 18일 간접투자증권 판매사 등록이 난 삼성 교보 대한생명 등 3개 생명보험회사도 적극적인 판매에 나설 태세다. 강력한 후발업체가 속속 등장하자 증권사들도 판촉 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조만간 선보일 TV 홈쇼핑을 통한 펀드판매광고이다.

이 같은 경쟁상황은 정부가 간접투자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은행에 이어 보험까지 펀드판매를 허용한 데서 비롯됐다.

그런데 이 같은 판매망 확대가 정부의 의도대로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소비자에게 마냥 유리할지에 대해선 의심이 든다. 금융상품은 일반 제조업 상품과 달라 구입자가 신중한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사전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또 선택에 따른 위험에 대해서도 많은 지식이 전달돼야 한다. 하지만 치열한 판매 경쟁은 이 같은 과정을 무시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펀드는 일정한 이자 수익이 보장되는 은행이나 보험 상품과 달리 운용 결과에 따라 손실이 날 수 있는 실적배당상품이다. 투자자 보호책도 거의 없다. 그만큼 상대적인 위험성이 높은 금융상품이다. 때문에 정부의 펀드 활성화 조치가 펀드에 대한 불신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해당업계가 나름대로 자율적인 방침을 정해 문제의 소지를 사전에 걸러내야 한다. 정부도 사전에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미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정착시켜 나갈 수 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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