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광고공사가 2002년 최고 인기광고로 뽑은 광고다. 2001년 12월 말부터 2003년 1월까지 BC카드가 내보낸 이 광고의 모델인 김정은씨는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은 카드 긁기에 나섰다가 빚더미에 올라 앉고 말았다. 부자가 되기 전에 부자 흉내를 냈기 때문이다.
부자 흉내의 결과는 심각하다. 4월 말 현재 신용불량자만 390만명에 달한다. 가정파탄, 범죄, 자살, 부자에 대한 증오 등 사회적 후유증도 크다.
내수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쇼크, 오일쇼크, 주한미군 철수 등 외부악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수습하려면 ‘부자 되기’에 힘을 쏟아야 할 텐데 노무현 정부는 ‘부자 흉내’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우려스럽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각종 복지정책의 재원은 물론이고 주한미군 철수에 따른 천문학적 국방비는 어떻게 마련할지 궁금하다. 행여 빚을 내서라도 ‘자주’와 ‘분배’를 추구하겠다면 이는 위험한 생각이다. 부자나라들도 요즘에는 퍼주기식 분배정책은 피한다고 한다. 재정적자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나 나라나 능력을 벗어난 지출을 하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분배를 강조한 나머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신문의 시장점유율 규제, 기업이윤 일부의 공익기금 출연, 부유세 신설 등이 대표적이다. 부자흉내가 아니라 ‘부자 죽이기’인 셈이다.
인도 출신 경제학자인 메그나드 데사이 런던정경대학 교수는 ‘마르크스의 복수’에서 “평등한 사회는 빈곤한 사회이기 쉬웠다. 상업과 사유재산은 불평등을 낳았지만, 그러나 또한 번영을 가져왔고, 이것은 대중의 생활수준을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부자가 되려고 노력할 때 나라도 부유해진다는 얘기다.
최근 모 언론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득분배보다 경제성장에 주력해야 한다’는 견해가 60%대로 나타났다. ‘가난은 정치나 사회제도에 있다’고 응답한 견해도 50%를 넘었다.
국민은 ‘부자 흉내’나 ‘부자 죽이기’가 아니라 ‘부자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다만 부자 되는 방법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정치인과 공무원 출신 부자를 보자. 이들 중 상당수는 정치자금과 뇌물, 내부개발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부 기업인들은 권력의 특혜로 부를 축적했다. 그 특혜는 공무원과 정치인의 부패와 연결돼 있다. 앞으로 이런 부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개혁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지식으로, 근검절약으로, 합리적 투자로,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부자가 된 사람도 많다. 이런 부자들이 많아지는 게 성장 아닐까.
광화문 촛불시위에서 나오는 ‘너흰 아니야’식의 편 가르기는 이제 그만하고 ‘대한민국 부자 되세요’를 함께 외쳐야 할 때라는 판단이다.
임규진 경제부 차장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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