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車업계 “기름관련 세금 내려야”

  • 입력 2004년 5월 24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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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제유가 급등으로 소비가 위축될 조짐마저 보이자 정유 자동차 등 업계가 석유류 관련 세금의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정부의 유가대책 3단계 조치 발동 기준인 중동산 두바이유의 최근 10일 평균가격이 21일 35달러를 넘어서면서 업계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각종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세금 가운데 업계가 집중적으로 인하를 요구하는 부분은 휘발유에 붙는 교통세.

제품 가격에 비해 세금 비중이 큰 데다 교육세 지방주행세 등 휘발유에 부과되는 다른 세금도 교통세액에 비례해 금액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2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L당 교통세 559원을 포함해 L당 총 861.57원으로 5월 둘째 주 세후 정유사 평균 출고가격(1300.83원)의 66.2%를 차지한다.

5개 정유사가 회원인 대한석유협회는 “국내 휘발유 가격은 세금 비중이 높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며 일본보다 20%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휘발유에 부과되는 교통세를 L당 559원에서 409원으로 150원 인하해 휘발유와 관련된 각종 세금 부담을 일본 수준으로 낮추자고 요구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이원철 상무는 “교통세를 L당 150원 내리면 교육세와 지방주행세 등이 함께 내려가 L당 약 219원의 세금이 줄고 서울시내 소비자가격은 L당 1200원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올 1∼3월 휘발유 소비량이 6.4% 감소했다”면서 “교통세를 줄이면 내수를 살리고 국민생활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연비가 L당 15km인 1500cc 미만 소형차를 매일 53km씩 1년간 운행할 경우 한국의 세금 부담은 일본과 독일의 1.6배, 미국의 5배에 이른다”면서 “최근 급등한 유가 인상을 감안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휘발유에 붙는 교통세를 L당 150원 내릴 경우 연간 세수 감소액은 2조270억원 수준.

전국경제인연합회 이병욱 상무보는 “가짜 휘발유 단속을 강화하면 휘발유에 대한 교통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분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동차업계는 고유가로 인해 내수가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휘발유뿐 아니라 경유에 붙는 교통세도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박사는 “유사 휘발유가 계속 판매되는 것도 과도한 세금을 피하려는 것”이라며 “현재의 높은 유가 수준을 감안할 때 세수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교통세를 내려 국민 부담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서민 고통을 정부가 세금 인하로 흡수한다면 정유사도 마진을 약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석유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해 적정 마진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이병기기자 eye@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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