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한 경제력 왜 북한의 15배 넘었을까
▽최광 처장=우리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이를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그 실제 내용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고 삽니다. 경제체제의 중요성은 우리와 북한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겨우 50여년을 갈라져 살았을 뿐인데 남한의 경제력이 북한의 15배가 넘습니다. 바로 경제체제의 차이가 낳은 결과죠. 자본주의의 두 기둥은 사유재산권과 선택의 자유입니다. 사유재산권은 무엇일까요.
▽신영호=개인이 자신의 재산에 대해 권리를 갖는 거요.
▽배혜려=재산을 행사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그 권리 또한 침해받지 않는 걸 말합니다.
▽최 처장=그래요. 결국 당신 것은 당신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라는 겁니다. 배타적인 사용 권리가 있고 제3자가 무단 사용하지 못하도록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게 사유재산권입니다. 두 번째 기둥인 선택과 교환의 자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죠. 왜 사람들은 교환을 할까요.
▽신=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이나 더 나은 걸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최 처장=교환으로 덕을 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는 선택과 교환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그런데 교환은 사유재산이 있어야 가능해요. 소비자는 원하는 상품을 고르고, 근로자는 직업 선택의 기회를 갖고, 기업인은 뭘 생산하고 누굴 고용할지 정하는 등 모든 선택을 전적으로 개인에게 맡기는 체제가 바로 자본주의입니다.
● 정부는 시장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심판’
▽최 처장=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한다면 정부는 ‘보이는 손’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정진호=정부는 개별 경제주체들이 시장에서 활동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조정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방향을 제시합니다.
▽최 처장=경제학 교과서들은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더 근본적인 역할은 국민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법과 질서를 유지하고 사유재산권을 보장하며 공정거래를 유지하는 일입니다. 즉, 시장이 제대로 움직이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거죠.
▽신=정부는 경제활동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배웠는데요.
▽최 처장=맞습니다. 정부는 심판 역할을 해야 합니다. 만약 정부가 선수처럼 뛴다면 게임에 진 상대방은 패배를 수용하지 못할 겁니다. 각 나라의 경제개발 초기 단계를 보면 누가 뭘 생산할지를 관료가 결정합니다. 기업가는 관료에게서 이권을 따오는 데만 관심을 쏟고 소비자의 선호를 무시합니다. 그런 경제는 쇠퇴하기 마련이죠.
▽배=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이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 있었던 건 정부의 강력한 주도 때문이었다고 하잖아요. 이건 시장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와 대치되는 것 아닌가요.
▽최 처장=물론 60∼70년대 한국경제 성장에서 정부의 역할을 무시할 순 없어요. 그러나 90년대 이후 세계은행(World Bank)이나 외국 학자들은 한국의 고속성장을 시장이 이끌었다고 평가해요. 정부가 이끈 측면이 있지만 크게 보면 시장이 주도했다는 거죠.
● 자본주의는 인간의 본성을 따르는 체제
▽정=자본주의 체제는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최 처장=최근 한국에선 외환위기 이후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빈부격차가 커졌어요. 그러나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의 소득분배 불평등은 더 심할 겁니다. 집단이 아닌 개인을 중심에 두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야말로 효율적이고 공평하며 정의로운 체제지요.
▽배=한국에서는 정경유착으로 인한 각종 비리와 스캔들이 끊이지 않아요. 이건 자본주의체제의 폐해가 아닐까요.
▽최 처장=그건 오해인 것 같습니다. 사회주의 경제체제인 중국과 북한에도 비리는 만연해요. 사회 비리는 인간의 탓이지 체제 때문은 아닙니다. 또 다른 오해는 자본주의가 자본가의 지배체제라는 거예요. 자본주의 체제를 떠받드는 기둥은 사유재산권과 선택의 자유이지, 자본이 노동을 지배하는 데 있는 건 아닙니다.
▽신=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한 이유가 자본주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 그럴까요.
▽최 처장=역사적 발전단계에 관계없이 사회주의체제의 성격이 인간 본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붕괴한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운명을 제3자가 결정하는 사회는 인간본성에 맞지 않죠.
▽정=그렇다면 자본주의 체제는 계속될까요.
▽최 처장=자본주의는 인류의 역사적인 경험에서 나온 제도입니다. 경제체제에 관한 한 다른 어떤 체제보다 우월하며 앞으로도 이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정리=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 자본주의 이해돕는 책과 영화
● 책
▽국부론(애덤 스미스·최호진 정해동 역·범우사)=영국 고전파 경제학의 시조인 애덤 스미스의 핵심 저작. 부의 원천은 노동이며, 생산의 기초는 분업(分業)이라는 것. 자유경쟁에 의한 자본축적이 국부 증진의 길이라고 역설.
▽자본의 미스터리(에르난도 데소토·윤영호 역·세종서적)=‘왜 자본주의는 서구에서만 성공했는가’가 부제. 제3세계의 빈곤 문제를 연구한 페루의 경제학자 에르난도 데소토가 서구선진국의 시각을 벗어나 서구의 자본주의를 분석.
▽국가의 흥망성쇠(맨슈어 올슨·최광 역·한국경제신문)=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자본, 노동, 투자, 저축 등의 경제적 변수보다 역사적 변화과정에서 찾음. 강력한 이익집단의 등장은 사회체제를 경직시켜 원활한 경제순환을 저해한다고 지적.
▽치명적 자만(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자유기업원)=근대 서구사회에서 사회주의와 복지주의의 물결을 차단하고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앵글로색슨의 원칙을 복권시키려 한 하이에크의 일관된 사고가 잘 드러남.
▽시티즌 경제학(토머스 소웰·서은경 역·물푸레)=기초 경제학 원칙을 잘못 이용하거나 오해할 경우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처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
● 영화
▽모던 타임스(Modern Times·찰리 채플린 감독·1936)=현대 산업사회에 접어든 미국 자본주의 체제를 블랙코미디로 분석.
▽남의 돈(Other People's Money·노먼 주이슨 감독·1991)=적대적 기업합병은 결국 자본주의의 기본 정신을 해친다는 점을 풍자적으로 보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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