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삼병’ 출현… 투자심리 꽁꽁

  • 입력 2004년 6월 1일 18시 07분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지는 않겠다.’

6월 장세를 맞이하는 개미투자자들의 증시 전략은 이렇게 요약된다. 단기 바닥 근처에 다가섰다는 인식은 확산됐지만 앞으로 상승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 또한 많지 않다.

삼성증권이 개인투자자 1248명을 상대로 지난달 24∼31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주가가 기업 실적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응답이 70%를 넘어섰다. 그러나 6월 주식투자 비중에 대해서는 67%가 ‘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축소하겠다’고 답변했다.

주된 이유는 체감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 현재 경기가 6개월 전보다 ‘악화’됐다는 응답은 51%로 전달 19%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앞으로 6개월 이후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한 투자자도 16%로 전달(9.7%)보다 증가했다.

3개월째 이어지는 증시의 하락세는 이런 보수적인 전망을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종합주가지수 월봉(月棒)차트(월초와 월말의 주가를 봉의 위, 아래 선으로 정해서 그린 것)에 ‘흑삼병’이 출현했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월봉상 흑삼병은 월초보다 월말의 주가가 낮은 음봉이 연속 3개 나타난 현상을 뜻한다. 상승 추세에서 흑삼병의 출현은 보통 본격적인 하락을 나타내는 경계신호로 해석된다.

2일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종합주가지수 800선 위에서 흑삼병이 출현한 8번의 사례 가운데 7번은 이후 1년간 등락률이 마이너스였다. 8번 전체의 평균 하락률은 ―18.13%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월봉상 흑삼병이 나타난 경우 추가 음봉이 나타날 확률이 더 높았다는 것. 90년대 이후 2003년까지 흑삼병이 나타난 17번 중 12번은 다음달에도 음봉이 이어졌다. 통계상의 수치로만 본다면 3∼5월에 이어 6월에도 하락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6월은 반등이 시작되는 시기라기보다는 5월 급락의 상처를 추스르면서 향후 장세를 저울질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종합주가지수가 800선 밑으로 크게 떨어지면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을 고려해 볼 만하다. 증시 저평가 상태가 심화된 시점에서의 연속 하락은 반등을 예고하는 신호로 볼 수 있기 때문. 과거 흑삼병이 나타난 시점으로부터 2개월 뒤 지수가 다시 상승한 확률은 70.8%였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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