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조그만 관공서 공사 1건을 따낸 것 외에는 일감이 전혀 없어 사무실 여직원 월급도 못 줄 형편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 W사장은 “등록을 유지하려면 기술자를 고용하는 등 조건이 필요하다”면서 “차라리 일이 없을 때 반납했다가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등록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건설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택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아파트 건설 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사정이 더 어렵다. 특히 계약을 하고도 잔금이나 중도금을 치르지 못해 입주를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일부 주택업체들은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사정이 안 좋기는 대형 건설회사도 마찬가지다.
대형 건설업체인 L사는 지난해 5월, 10월과 올해 5월 경기 양주시에서만 3차례 아파트를 분양했다. 지난해 5월에는 2857가구의 대규모 분양이었지만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형에 따라 최고 24 대 1이었다. 부동산대책이 한창 발표되던 작년 10월에는 경쟁률이 1 대 1로 1순위에서 겨우 마감했다. 그러다 올해 5월에는 1283가구를 분양했으나 1순위에서 신청자가 300명도 채 안돼 1000여 가구가 미달됐다. 청약통장 없이 선착순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3순위까지 넘어갔다. L사는 미분양에 따른 금융 부담을 고스란히 지게 됐다.
건설업 경기 침체는 지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4분기(1∼3월) 건설업 등록을 자진 반납한 업체 는 일반건설업체 102개사, 전문건설업체 721개사 등 총 823개사로 집계됐다.
올 4월의 주택건설 실적은 1만9000가구로 전달인 3월에 비해서는 24%, 지난해 4월에 비해서는 33% 줄었다. 지난 5년간 4월의 주택건설 실적 평균인 3만6000가구보다는 48%나 적은 물량이다.
건설업체 부도도 늘고 있다. 올해 1∼4월 일반건설업체 가운데 부도를 낸 업체는 48개사로 작년 동기(41개)보다 7개사가 늘었다. 이에 따라 일반건설업체수는 4월말 현재 1만3081개사로 한 달 전에 비해 24개가 줄었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건설교통부는 1일 열린우리당과 가진 당정협의회 자료에서 “지난해 3·4분기(7∼9월)부터 하강 국면으로 전환한 건설경기는 올 들어 하강 폭이 커지고 있다”면서 “부동산 안정대책의 영향으로 앞으로 민간 건축 부문을 중심으로 건설경기가 더욱 침체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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