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교환안해줘 창고에 쌓아둬 “동전은 돈 아닌가요”

  • 입력 2004년 6월 1일 18시 32분


“동전을 받아주는 은행이 없어 돈을 창고에 쌓아 둡니다.”

한 음료회사 관계자가 1일 한국은행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대한민국에서 동전은 더 이상 통화가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글은 동전이 ‘천대’받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그는 “자동판매기 회사에서 동전이 가마니에 담겨 들어온다”면서 “이를 유통시킬 방법이 없어 창고에 쌓아 둔다”고 말했다.

또 그는 “동전을 일일이 셀 수 없어 가마니 무게를 저울로 재는 방법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직원들이 수소문해 할인점이나 백화점 등에서 교환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어디에도 동전을 받아줄 은행이 없어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분명히 회사에 현금이 있는데 막상 쓸 돈은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국내 유명 음료업체의 대리급 직원으로 지방 영업점이 동전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보고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거래업체에 대해선 대부분 동전이 많아도 예금으로 받아주지만 거래가 없는 업체에 대해선 동전받기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며 “은행 창구직원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거래상의 불편함 때문에 동전이 화폐로서의 기능이 약화될 경우 ‘화폐 퇴장(退藏)’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4월 말 현재 500원짜리 동전은 5883억원, 100원짜리는 5688억원, 50원짜리는 725억원, 10원짜리는 551억원이 유통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시중은행이 동전을 지폐로 교환해 줄 의무는 없지만 금융감독원 지침으로 동전으로 예금할 경우 거부할 수 없도록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우(李康宇) 한은 화폐수급팀 차장은 “주거래 은행이 예금받기를 거절할 경우 한은이 해당 금융기관에 협조요청을 하고 있다”면서 “한은 ‘주화수급정보센터’는 자판기업체, 시내버스업체 등 동전이 대량으로 들어오는 업체와 동전이 많이 필요한 대형할인점 등을 연결시켜 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의 02-759-4616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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