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는 5년 전부터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영화를 보며 비디오게임도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데 전력투구해왔다. 스마트폰은 컴퓨터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능을 갖춘 손바닥 위의 컴퓨터 겸 전화를 지향했다.
노키아는 하드웨어를 개발하는데 수억달러를 쏟아 부었고 한 해 연구개발비 36억달러(약 4조1700여억원)의 80%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투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일 보도했다.
노키아가 스마트폰 개발에 전념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선 것도 한 요인. MS가 컴퓨터에 이어 휴대전화 운영체제도 독점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투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선진국 소비자들을 위해 고급형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한편으로 저개발국 사용자들을 겨냥해 보급형 휴대전화의 판매에 주력하는 이중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유럽 등 선진국 사용자들이 다기능의 고급형 휴대전화를 선호할 것이라는 노키아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컴퓨터 기능을 압축해 넣은 스마트폰은 크기가 너무 컸다.
노키아는 휴대전화 중간을 접을 수 있는 폴더형 디자인도 채택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스마트폰은 ‘군대 무전기’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었다.
스마트폰 가격도 소비자에게는 부담스러웠다. 고해상 컬러 액정화면과 디지털 카메라 등을 갖춘 삼성전자와 모토로라의 중가형 휴대전화에 비해 50∼60%나 비쌌다.
노키아는 지난해 55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목표 대수 1000만대의 절반을 조금 넘어서는 데 그쳤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은 35%에서 29%로 떨어졌고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가도 19% 곤두박질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노키아 경영진은 뒤늦게 중가 휴대전화 수요가 예상 밖으로 많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이들은 올해 1·4분기에 출시한 중가 휴대전화를 6개월 전에 내놓았어야 했다며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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