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 ‘젊은 리더를 위한 민주시민강좌’에서는 기업의 본질과 기업가정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한국정보통신대 이홍규 교수(52·경영학), 안철수연구소 안철수 대표이사(42), ㈜현대자동차 임성봉 대리(32), 서울 수도여고 2학년 김은비양(17)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기업이란 무엇인가
▽이홍규 교수=‘기업’ 하면 무슨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김은비=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라는 생각요.
▽안철수 대표=이윤은 목적이라기보다는 기업 활동의 결과죠. 기업의 목적은 기업의 존재 가치에 맞는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저서에서 기업의 존재가치를 알려면 그 기업이 없어졌을 때를 가정해 보라고 했어요. 가령 월트디즈니사가 없어진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의 꿈은 어떻게 될까요?
▽이 교수=가치 있는 일을 하다보면 자연히 돈을 벌게 된다는 말씀이신데요, 윤리나 정도(正道)를 따르더라도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안=원칙을 따르다 보면 단기적으로 손해 보는 일이 생기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인 것 같습니다. 존슨앤드존슨사는 1982년 자사의 타이레놀을 먹은 사람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타이레놀을 전량 회수해 폐기했어요.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손해를 봤지만 소비자들에게 큰 신뢰를 얻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얻었죠.
▽임성봉 대리=기업이 영속성을 갖지 못하고 사라지는 이유는 뭘까요?
▽이 교수=기업의 발전은 일종의 진화로 볼 수 있는데, 진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핵심역량을 갖추고 외부환경에 효율적으로 적응해야 하죠. 이 과정에서 실패하는 기업은 사라지는 거죠.
▽임=하지만 경영자는 종업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해요. 기업이 무너지면 소속 구성원들의 삶도 망가진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교수=기업가는 구성원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책임이 있어요. 하지만, 문제가 되는 기업을 계속 유지하려면 사회 경제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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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과 사회 환원
▽이 교수=기업경영에 따르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기업가는 모험과 도전정신이 매우 강해야 합니다. 한국경제에서도 기업가들의 도전정신이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됐죠. 세계적 석학 피터 드러커가 “한국은 세계 최고의 기업가정신을 가진 나라”라고 한 것도 이런 의미에서죠.
▽김=기업가들이 회사 자금을 유용했다든지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기업가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갖게 돼요.
▽이 교수=과거와 달리 지금은 경제발전에서 정부가 앞장서기 힘든 상황입니다. 결국 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이 필수적이죠. 하지만 최근 반(反)기업 정서가 확산되면서 기업가들이 심리적으로 커다란 좌절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김=반기업 정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임=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축적한 사람이 사회에 이를 재분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강제성을 띠어서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안=기업이 부가가치 창출을 통해 고용기회를 늘리고 세금을 많이 내서 국가가 여러 가지 복지정책을 펼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해 주는 것은 사회에 대한 일차적 공헌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본연의 활동 외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처럼 기업가 자신이 자선행사, 기부 등에 직접 나서는 일도 필요하죠.
●기업의 역할과 나아갈 길
▽이 교수=벤처기업의 경우 혁신정신이 핵심인데, 벤처기업이 나아갈 길은 무엇일까요?
▽안=기술주도형 혁신기업인 벤처회사는 한 분야에서 뛰어나게 잘 하는 전문 대기업을 지향하죠. 벤처가 전문 대기업으로 성장한 경우로는 마이크로소프트사를 꼽을 수 있습니다.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들 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기보다는 시장을 만들고 시장이 투명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감시체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인프라를 구축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교수=한국 경제의 최대 현안은 노사문제인 것 같습니다. 경영자와 근로자의 이해관계는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요?
▽임=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지난해 순이익이 1조엔(약 10조원)이 넘었어요. 그런데 도요타자동차 노조는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이익금을 더 좋고 더 싼 차를 만드는데 사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처럼 기업 구성원들이 서로의 자긍심을 높이거나 사회적으로 공헌하는 일에 합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교수=결국 노사문제는 합리적인 역할분담, 이익의 공유 등을 통해 어떻게 신뢰관계를 만들어 나가느냐의 문제로 볼 수 있어요. 이게 가능하려면 경영자는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공동체 내의 정보와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안=제가 추구하는 기업은 ‘영혼이 있는 기업’입니다. ‘영혼’은 기업의 조직원이 공유하는 가치관을 의미하지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이 교수=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길을 개척한 안철수 대표처럼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과 혁신정신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젊은이들이 창조적 도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도전에 대한 실패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리=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 기업-기업가 이해를 돕는 책
▽위대한 기업을 위한 경영전략(짐 콜린스, 윌리엄 레지어 저·위즈덤하우스)=기업의 성공요인을 리더십 스타일, 비전, 경영전략, 혁신, 전술적 수월성 등의 항목으로 나누어 쉽게 풀어 소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짐 콜린스 저·김영사)=위대한 기업이 지닌 핵심 요인을 분석.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의 사례를 비교 연구.
▽숨겨진 힘(찰스 오레일리, 지프리 페퍼 저·김영사)=스탠퍼드대의 조직행동론 전공 교수들이 일류기업의 독특한 조직운영 방식을 분석.
▽영혼이 있는 기업(데이비드 벳스톤 저·거름)=수익을 창출하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오래 살아남기 위한 윤리경영 원칙을 소개.
▽잭 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잭 웰치 저·청림)=세계 최고의 경영자로 평가받아 온 잭 웰치의 경영철학을 담은 책.
▽주켄 사람들(마츠우라 모토오 저·거름)=1965년 주켄공업을 설립한 저자가 극세정밀부품 분야의 작은 회사를 일본 최고로 키워 나가기까지의 독특한 경영 방법을 소개.
▽만화로 보는 오싱(하시다 스가코 저·청조사)=19세기 말 가난한 일본 소작농의 딸이었던 오싱이 고난을 극복하고 전국적인 슈퍼마켓 체인회사의 사장이 되기까지의 고난 극복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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