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 거품 ‘쏙쏙’ 빠진다

  • 입력 2004년 6월 3일 17시 39분


지난달까지 청약 과열 현상을 빚었던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로 이뤄진 공동주택) 시장에서 급속도로 거품이 빠지고 있다.

65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던 단지에서 미계약이 생기는가 하면 청약 당시 5억원을 웃돌던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이 2억원선으로 떨어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개발이 지난달 18, 19일에 분양한 서울 용산구 문배동 ‘용산 아크로타워’의 경우 65 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지만 일부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해 총 188가구 가운데 현재 10여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1일 당첨자 계약을 마감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쌍용 플래티넘 밸류’는 지난달 말 이뤄진 청약에서 평균 3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166명의 당첨자 가운데 52명이 계약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초 분양된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성원 상떼빌’ 역시 청약 당시 1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계약률은 65%에 그쳤다.

이처럼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단지에서 미분양이 잇따르는 것은 분양권 전매 차익을 노리고 청약했던 투자자들이 비(非) 로열층에 당첨되자 웃돈이 붙지 않을 것을 우려해 계약을 포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 단지는 모두 3월 30일 이전에 분양 승인을 신청해 1회에 한해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다. 분양업체들은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마지막 물량’이라는 광고로 단기 투자자들을 대거 끌어들였다.

이들에 앞서 3, 4월 주상복합 투기 붐을 선도했던 시티파크, 위브더스테이트 등 인기 단지의 분양권 프리미엄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3월에 분양돼 328 대 1로 사상 최고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 용산구 한강로 ‘시티파크’ 69평형 로열층 분양권의 프리미엄은 계약 직후엔 5억원을 웃돌았지만 3일 현재 3억원선으로 떨어졌다.

경기 부천시 중동신도시에서 4월에 분양된 ‘위브더스테이트’ 50평형대 역시 계약 직후 5000만원의 웃돈이 붙었지만 지금은 3000만원의 웃돈으로도 팔리지 않고 있다.

분양권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떴다방’(이동 중개업자) 심모씨는 “인기 주상복합 단지는 매물도 적고 매수자도 적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프리미엄은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김광석 유니에셋 팀장은 “분양권을 한 번 사면 입주 시점까지는 팔 수 없는데 부동산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투자자들이 매입을 꺼리고 있다”면서 “오피스텔을 아파트처럼 짓지 못하게 하는 건축 규제도 곧 시행될 예정이어서 주상복합의 인기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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