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발표로 주가올려 68억차익… 개미들 분통

  • 입력 2004년 6월 3일 17시 45분


상장기업의 인수합병(M&A)을 선언했던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들인 지 몇 달 만에 이를 대부분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영에 관심 있다는 거짓말로 투자자를 속였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나오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서울식품의 최대주주인 경모씨(22)와 특수관계인들은 지난달 말부터 이 회사 주식 41만5334주를 팔아치웠다. 경씨 등이 이번 주식 매각을 통해 얻게 된 차익은 68억6400여만원에 이른다. 지분이 기존 36.87%에서 14.04%로 낮아지면서 경씨는 2대 주주로 밀려났다.

경씨는 2월 “서울식품을 인수해 새롭게 경영해 볼 계획”이라며 주식을 매입해 보름 만에 주가를 300% 이상 끌어올렸던 장본인. 그는 이후 서울식품이 50% 이상 자본 잠식된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주식을 계속 사들여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감자와 유상증자 등이 잇따르는 과정에서 주가는 4월 26일 8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경씨측이 물량을 대거 처분하면서 주가는 연일 하한가 행진을 이어가며 최근 2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2일 상한가로 돌아섰지만 이날 다시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는 등 급등락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투자자 A씨는 “경씨 일당이 주가를 조작해서 개미들 돈을 끌어 모은 뒤 차익을 챙겨 떠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10% 이상 최대주주가 주식을 사들인 지 6개월 이내에 처분할 경우 그 차익을 반환하도록 돼 있어 경씨가 얻을 이익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차익 환수는 그가 최대주주로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가능하므로 아직은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이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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