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찬반논란 “투자자 보호” …“기업회생 막아”

  • 입력 2004년 6월 3일 17시 45분


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한 기업을 증시에서 상장 폐지하는 ‘즉시 퇴출제’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오면서 이 제도의 존속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증권거래소가 투자자 보호와 증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증시 퇴출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본보 3일자 A26면 참조

▽증시 퇴출제도 위헌 논란=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상장기업인 ㈜지누스가 “화의절차 신청만을 이유로 증시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증권거래소를 상대로 낸 증권 상장폐지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현행 증시 퇴출제도가 법정관리 및 화의 신청 회사와 기존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는 데다 기업 회생의 기회를 막을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증권거래소도 3일 학계, 업계 등의 전문가를 초빙해 비공개 공청회를 여는 등 현행 증시 퇴출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정관리나 화의신청을 한 기업을 즉시 퇴출시키지 않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자구안 제출 기간을 주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거래소 서종남 상장제도팀장은 “현재 상장폐지제도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하반기 중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냐, 기업 회생이냐=거래소가 제도 손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처음부터 무리한 제도 도입이었다는 비난 여론도 일고 있다. 법정관리나 화의신청 기업에 대한 퇴출제도는 지난해 시행될 당시 법원이 ‘기업 회생의 기회를 막을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상장 폐지된 동아정기와 감사범위 제한으로 상장 폐지된 천지산업이 이에 반발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반면 증시 건전화 등을 위해 즉시 퇴출제도의 순기능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즉시 퇴출제도에 따라 지난해 5개, 올해 9개 상장사가 거래소시장에서 퇴출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화의 신청을 한 기업이 상장돼 있더라도 주가 폭락으로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 방법이 거의 불가능하며 인수합병을 위한 ‘상장 프리미엄’ 정도만 기대할 수 있다”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즉시 퇴출제도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거래소 서 팀장은 “퇴출제도 도입의 취지인 시장 건전화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업별로 합리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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