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빌려 팔아 돈 번다?

  • 입력 2004년 6월 3일 17시 45분


‘갖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빌린 뒤 팔아버리면 돈을 번다?’

증시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주식 대차(貸借)거래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대차거래란 유가증권을 보유한 기관이 투자자에게 일정 기간 뒤 상환을 조건으로 빌려주는 것.

주식을 빌린 투자자는 비싼 값에 이를 팔아놓은 뒤 증시가 하락하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반환하면 된다. 그 차익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증권예탁원이 기관투자가들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대차거래 잔액은 2일 현재 4조1568억원에 이른다. 이는 4월 말 3조1418억원에 비해 1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대차거래 규모가 1조1976억원으로 가장 많고 포스코(5665억원) 현대자동차(4929억원) LG전자(326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과거 대차거래는 외국인이 80% 이상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기관 물량이 1500억원 안팎으로 늘어났다. 이는 6월 선물만기일(10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고유가 여파 등으로 주가가 급락해 매도차익거래 기회가 생겼기 때문. 즉 급락한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파는 식의 거래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관투자가 등은 이런 투자로 최근 매도차익거래 잔액을 사상 최고치인 9118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개인들도 대주(貸株·증권사에서 빌려주는 주식)를 통해 주식을 파는 역(逆)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키움닷컴증권의 대주 서비스를 이용하는 120여명 가운데 절반은 지난 한 달 동안 새로 들어온 신규 고객이다. ‘중국 쇼크’ 이후 증시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대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결과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경우 대주를 통한 투자는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주가가 급변동하면 리스크가 무한정 늘어나는 위험이 있는 데다 대주시 필요한 담보 규모도 만만치 않다는 등의 이유다.

증권예탁원 정승화 증권대차팀장은 “선물시장이 발달하면서 대차 거래는 매년 2배씩 성장하는 추세”라며 “그러나 이는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한 거래이므로 주가하락이 예상된다고 해서 개인들이 섣불리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차거래 잔액 상위 10종목
종목금액(100만원)수량(주)
삼성전자1,197,6512,385,759
포스코566,5114,090,335
현대자동차492,91511,489,877
LG전자326,9624,969,038
신세계131,583487,346
신한금융지주111,0406,134,813
한국전력100,4175,938,771
KT&G94,4523,564,230
대우조선해양57,4264,238,154
KT50,4881,304,620
2일 기준. - 자료:증권예탁원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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