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선생님들, 돈 빌려 쓰세요” 대출 VIP마케팅

  • 입력 2004년 6월 3일 18시 18분


‘전문직 종사자 1명이면 일반 고객 100명이 안 부럽다.’

최근 가계와 중소기업 부실이 심해지자 은행들이 의사 약사 등 전문직 종사자의 신용대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이 지난해 말 5813억원에서 5월 말 현재 8765억원으로 5개월 동안 50% 이상이 늘었다. 변호사나 수의사 등을 위한 신용대출 역시 같은 기간 1148억원에서 1486억원으로 30% 가까이 증가했다.

한미은행은 의사나 약사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이 4362억원에서 5819억원, 우리은행도 전문직 신용대출이 2200억원에서 2700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이들 전문직 종사자 가운데 신용대출이 가장 많은 직업군은 단연 의사.

최근 동네 의원을 개원하는 의사가 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테리어, 최신 의료장비 등 시설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 개업 컨설팅업체 메가메디칼 김승범 과장은 “의술을 평가할 만한 기준이 따로 없어 의원들이 환자의 주목을 끌기 위해 인테리어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면서 “지난해까지 100만∼120만원이던 평당 인테리어 비용이 올 들어 140만∼180만원으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간호사 월급조차 주기 힘든 의원이 속출하면서 인건비 등 고정성 경비를 메우기 위한 대출도 함께 늘고 있다는 게 은행업계의 분석이다.

신용대출 증가와 함께 의사들의 연체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A은행 ‘닥터론’의 연체율은 작년 상반기까지 1.5%대를 유지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해 5월 말 현재 3%대에 진입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고소득 전문직종 간에도 양극화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면서 “전문직 종사자의 연체율 상승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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