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옮겨갈 신도시 10~20곳 조성

  • 입력 2004년 6월 3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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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른바 ‘미래형 혁신도시’라는 이름의 신도시 10∼20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은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 경제, 행정력을 지방으로 분산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신도시가 세워지는 곳은 수도권과 충청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이며 각각 인구 약 2만명 규모다.

정부는 먼저 공공기관을 집단적으로 옮기면 관련 기업이 따라가 ‘쾌적한 지방 중심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구상이 기업의 의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 같은 계획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재원 조달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부족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추진 배경과 내용=정부는 ‘미래형 혁신도시’ 구상이 나온 이유로 “지나친 수도권 집중으로 인구, 환경 등의 문제가 발생해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방분권은 절실히 필요한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내려가지 않으니 공공기관이 선도하겠다는 것.

‘미래형 혁신도시’는 현 정부가 강조해온 지방분권의 한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신행정수도 구상은 중앙행정기관을 수도권에서 충청권으로 이전하는 개념이다. 반면 ‘미래형 혁신도시’는 수도권과 충청권이 아닌 다른 지방에 공공기관을 유치해 개발하겠다는 뜻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건설교통부는 ‘미래형 혁신도시’ 구상과 관련해 ‘오송 모델’을 제시했다. 충북 청원군 오송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질병관리본부, 국립독성연구원, 보건산업진흥원 등 공공기관이 2008년 이전할 예정이다. 또 이곳에 바이오 관련 연구기관 및 기업이 이전하고 약 4500가구의 주거단지도 새로 조성될 예정이다.

최재덕(崔在德) 건교부 차관은 신도시 개념에 대해 “과천을 생각하면 쉽게 연상할 수 있다”며 “관공서들이 입주하면서 과천에 주거시설, 교육시설이 함께 들어서 쾌적하게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성공 가능성, 재원 조달 문제=공공기관 몇 개가 있다고 해서 기업들이 양질의 인력 등 각종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수도권을 떠나 줄줄이 먼 지방으로 이전할지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충남대 교수(도시공학 전공)를 지낸 장영일 영조건설 대표는 “공공기관 10곳 정도를 옮기면 인구이동 효과는 8000명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자칫하면 지방 신도시가 황량한 곳에 공공기관들만 남아 있는 도시로 전락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재원 조달 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건교부는 도시 조성에 들어가는 사업비를 도시당 40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10∼20개가 조성된다면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총 4조∼8조원 규모. 대부분이 택지조성비와 토지보상비다.

최 차관은 “택지를 조성해 이를 민간에 분양한 비용으로 도로, 상하수도 등 관련 시설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막연한 재원 조달 계획에 대해 민간 전문가들은 상당히 문제가 많은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김찬호 교수는 “2만명 수용 도시를 조성하려면 적어도 2조원 이상이 든다”며 “그나마 택지개발로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데 택지개발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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