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조정 업무, 양심의 가책 느껴”
지난달 18일 충북 제천의 한 리조트에서 60여명의 공단 노사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 한 토론회.
이 자리에서 한 지역노조 본부장은 “보험료 부과를 위한 소득 조정 과정에 어려움이 많다. 뚜렷한 기준이 없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소득 조정을 하다보니 민원인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는 것. 그는 "심지어 민원인에게 양심의 가책까지 느낀다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발언을 한 노조본부장은 4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국민연금법 상 소득 이외의 재산 등을 기준으로 한 보험료 책정은 가입자에게 권장사항일 뿐인데도 사실은 강제적으로 이뤄진다”며 “기준 자체도 명확하지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민원인에게 욕을 듣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털어놓는 직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보험료 책정 과정에서 소득 뿐 아니라 재산까지 추정해서 매기기 때문에 이같은 마찰을 빚는다”며“이런 어려움은 소득 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되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단 임원이 민원 창구에 직접 앉아보라"
이 날 토론회에서 또 다른 지역노조본부장은 “민원인들을 상대로 한 소득 조정의 어려움을 느끼기 위해 공단 수뇌부가 며칠동안 그 업무를 직접 맡아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같은 '소득 조정' 업무 불만에 대해 장석준 이사장은 “기준을 법제화하는 데 노력해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단 창립 16년만에 처음 열린 토론회에서 노조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가장 큰 불만은 실적 위주의 업무 평가방식.
“실적 중심의 업무가 연금제도를 부실로 만들었다.” “지역가입자 관리업무에 공정성과 형평성이 없는 마당에 평가를 위한 평가가 필요 한가.” “실적 평가로 인한 과중한 업무량이 현장의 직원들을 극심한 스트레스로 몰아넣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한편 이같은 과정에서 공단 직원들의 납부자 서비스에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노조는 이 날 토론회에서, 수급 자격이 있는데도 본인 실수로 연금을 받지 못하는 가입자를 공단이 '결과적으로 챙기는'데 대해 '지급하지 않아도 될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
"안 줘도 될 연금, 왜 챙겨주나"
노조는 “각 지사가 평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지역가입자 중 미납자를 허수(虛數)로 정리하고 있으며 결국 공단이 편법 업무를 방조,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가 언급한 ‘미납자 정리’란, 보험료 체납자를 납부예외자로 공단직원이 ‘알아서’ 정리해주는 것.
예를 들어 2003년 1월 개인사업을 창업해서 국민연금을 내기 시작한 A씨가 6개월 만에 사업장 문을 닫은 경우. A씨는 공단에 납부예외자 신청을 하면 보험료를 내지않아도 연금수급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A씨가 이같은 사실을 모른 채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납부예외 신청없이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연금 수급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국민연금법 72조는 전체 가입기간의 1/3 이상 미납한 가입자에게는 장애.유족 연금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
노조가 문제삼은 것은 공단 직원이 체납률을 낮추기 위해 A씨의 납부예외 신청을 받지 않고도 납부예외자로 돌려놓는 경우다.
만약 공단이 지난해 9월 무렵 A씨를 납부예외자로 정리하고, 그 뒤에 A씨가 사고를 당해 장애를 입는다면 '지급하지 않아도 될' 장애 연금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연금은 A씨가 신고만 했다면 당연히 받아야 할 돈. 설사 A씨가 신고를 잊었다고 해도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공단측이 신경을 썼어야 할 부분이다.
이에대해 노조 관계자는 “허수 미납자 정리는 행정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관행이라는 생각에서 문제를 제기 했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행정 상으로는 지급하지 않아도 될 연금이 지급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조 발언을 전해 듣는 가입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방에서 인쇄 사업을 하다가 지난 4월 그만 둔 장모씨(34)는 “연금을 못 내서 통장 가압류를 당하는 등 당할 만큼 당하다가 결국 사업을 그만뒀다”며 “아직 납부예외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노조가 고객을 대하는 인식이 그 정도 수준이라면 정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현 동아닷컴기자 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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