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인 ㈜LG가 2005년부터 자(子)회사들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겠다는 방침을 구체화하면서 관련 회사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LG는 지난주 LG화학에 대해 브랜드 사용료로 연간 매출액의 0.2%를 받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회사들도 개별 합의과정을 거쳐 비슷한 비율로 조정할 전망이다. LG필립스LCD는 LG와 필립스의 브랜드를 같이 쓰기 때문에 브랜드 사용료가 그 절반인 0.1%로 정해질 수 있다는 식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7일 LG가 자회사들로부터 로열티를 받게 되면 내년 주당순이익(EPS)이 기존 예상치보다 4.2%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업계는 로열티 지급액이 자회사 매출의 0.2% 선에서 확정될 경우 LG에 들어올 자금이 1200억∼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로열티를 내야 하는 자회사들의 실적은 단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내년 EPS가 LG화학 1.9%, LG전자 3.6%, LG홈쇼핑은 2.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증권은 이날 LG전자에 대해 “로열티 지급으로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로 목표 주가를 8만1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LG전자가 연간 매출액(해외법인 매출 포함 약 30조원)의 0.2%를 로열티로 낼 경우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600억여원. 이는 올해 영업이익의 5%에 이른다.
현대증권 김희연 애널리스트는 “브랜드 사용료 규모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그 수치가 시장의 예상보다는 높다”며 “LG전자의 경우 2004년도 EPS의 3%가 줄어드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국내 지주회사 가운데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이 아닌 브랜드 사용료까지 받는 것은 LG가 처음이다. 수익은 늘어나지만 이를 통한 모(母)회사의 가치 상승 여부는 더 따져봐야 하는 상황. 모회사의 가치를 결정하는 자회사의 가치가 로열티 부담으로 주춤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LG 주가는 이전 거래일보다 6.58% 올랐고 LG전자와 LG화학은 각각 3.73%, 1.93%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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