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금융” 은행에 이공계가 뜬다

  • 입력 2004년 6월 7일 18시 02분


《한양대 전자공학과 출신의 산업은행 이웅주(李雄周) 산업기술부 차장은 올해 3월 포항행 비행기에 급히 올랐다. 포항 소재 중소기업 A사가 “국내 처음으로 휴대전화나 노트북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계 2차전지 재료의 상용화에 성공했다”며 포항지점에 15억원의 대출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 차장은 A사의 기술 및 시장성을 면밀히 검토해 장래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고 포항지점은 즉시 대출금을 내줬다. 2개월 후 이 업체는 LG화학의 납품 예정서를 받는 데 성공했다.》

국내 은행에서 전문기술 지식을 갖춘 이공계대 출신의 활약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기업금융, 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관리 등을 담당하는 기업여신 관련 부서. 최근에는 기획관리, 투자금융, 신탁, 재무관리 등 금융 전 분야로 진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공계 출신의 메카=4일 이공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산은 임원에 오른 김인철(金仁哲·53·한양대 공대) 이사는 “과거 기업여신이 담보 확보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대출 대상 기업의 기술력과 시장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평가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기술력 등 무형자산이 중요해지면서 이공계 출신의 역할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산은의 경우 올해 4월 현재 전체 직원 2055명 가운데 12%인 245명이 이공계 출신이다. 전공 분야도 다양해 전자계산학 기계공학 건축공학 등 전통산업 전공은 물론이고 최근엔 항공공학 통신공학 원자력공학 등 신산업 관련 전공자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산은은 이공계 출신의 활약에 힘입어 벤처투자에서도 지난해 말 현재 98.1%의 회수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준경(金俊經) 금융경제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미래 성장 산업이 부상하고 있다”며 “은행권에 이공계 인력이 확산되면 시장에서 생동감 있게 변하는 기업의 기술 변화를 뒷받침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중은행도 변화에 합류=시중은행에서도 영업성과에 IT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공계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IT 전문가인 제일은행의 현재명(玄在明) 부행장은 고객 신용과 리스크관리 등 각종 내부 전산시스템을 개발해 부실 여신을 줄인 공로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부행장은 서울대 응용수학과를 나와 미국 웨인주립대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현지에서 30년간 IT 전문가로 활약했다.

로버트 코헨 행장도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이학 석사학위를 받아 역시 이공계 출신으로 분류된다.

이들 외에도 6명의 시중은행 부행장이 이공계 출신이다. 이상진(李相珍·서울대 농대) 신기섭(申琪燮·서울대 물리학과·이상 국민은행) 최인준(崔寅俊·미국 윌라메트대 수학 및 물리학) 오용욱(吳用旭·고려대 농화학과·이상 조흥은행) 이인호(李仁虎·서울대 화학공학과) 강신원(姜信元·서울대 공대·이상 한미은행) 부행장 등이 그 주인공.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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