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월급은 140여만원에서 230여만원으로 90만원 정도 올랐지만 그 사이에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등 법정부담금이 많이 늘면서 손에 쥐는 돈은 60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
세금, 공적연금(국민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사회보험(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가계에서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법정부담금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법정부담금은 소득증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국민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법정부담금은 22만7475원으로 10년 전인 1993년의 7만236원의 3.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 기간 중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7만7828원에서 294만26원으로 2배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전체 소득에서 법정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93년 4.8%에서 지난해에는 7.7%로 늘었다.
구체적인 항목별로는 지난 10년 사이에 △국민연금이 월 평균 1만934원에서 6만242원으로 5.5배로 △건강보험은 1만2219원에서 4만8059원으로 3.9배로 △세금은 3만9445원에서 9만2283원으로 2.3배로 각각 늘었다.
지난해에도 소득 증가율은 5.3%에 그쳤으나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은 12.3%, 건강보험료는 26.8%가 뛰었다.
이처럼 법정부담금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공적연금 대상자 확대로 연금 가입자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데다가 건강보험료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계속 올랐기 때문.
이 같은 법정부담금 증가는 ‘복지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일정부분 불가피한 측면도 있으나 저축률 하락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국내 민간저축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는 연금제도의 확산과도 관련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 선임연구위원은 “법정부담금은 사회보장성 성격이 강하고 소득재분배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가처분소득 감소에 따라 저축률과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연구위원은 “국민연금도 운영주체와 운영수단을 개선하고 효율적인 관리와 투명한 운영방식을 도입한다면 국민 개개인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법정부담금은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것으로 현 수준이 당장 소비를 약화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저소득층 등 현재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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