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몇 달 전 채권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채권을 대량으로 팔았다. 하지만 채권가격이 최근까지 계속 오르면서 큰 손해를 본 것.
이씨는 “채권가격이 당초 예상과 달리 계속 오르고 있다”며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안 살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갈 곳 없는 자금들이 채권시장으로 몰리는 가운데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적어 채권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다.
채권발행을 통한 기업들의 외부자금 수요는 사상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2001년 20조5870억원에 달했지만 2002년부터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즉 신규 발행보다 만기일에 갚아버리는 채권 물량이 더 많아진 것. 올해 들어 5월 말 현재 채권 상환 규모가 발행보다 8조5630억원이나 많았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의 상환초과액인 2조2950억원을 이미 크게 넘어선 것.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채권을 사려는 투자자들은 넘쳐나고 있다. 채권 관련 펀드로 들어온 자금은 연초 113조원에서 5월 말 현재 135조원대로 불어났다. 5월 한 달 동안 채권형 펀드에 들어온 자금만 2조3800억여원.
채권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금리는 계속 낮아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6월 초 4.18%까지 내려갔다. 이 시기에 3년 만기 회사채 금리(신용등급 AA―)도 연초 5.75%에서 4.83%까지 떨어졌다.
LG투자증권 서철수(徐徹秀) 연구원은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채권 등 수익률은 낮아도 안전한 자산에 돈을 묻어두려는 대형 투자자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증시 폭락 이후에는 채권 매입 기회를 노리는 대기매수세가 더 강해졌다는 것. 대한투자신탁운용 이병렬(李秉烈) 채권운용팀장은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금리는 당분간 낮은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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