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식품 위생관리 실태-업체 양심에 맡긴 ‘식탁안전’

  • 입력 2004년 6월 10일 17시 57분


《‘불량 만두’ 파동 이후 소비자들의 불신은 만두뿐 아니라 냉동식품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반조리된 상태의 냉동식품은 편리함 때문에 무조건 안 사먹을 수도 없다. 전문가들은 “냉동식품 중에서도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마크를 달고 있는 제품은 그나마 믿을 만하다”고 한다.》

▽만두에 무는 왜 쓸까=80년대 초반부터 대기업 만두가 등장했는데 아삭거리는 질감과 구수한 맛 때문에 가정에서와 달리 무가 쓰였다. 원래는 제주산 무말랭이가 주로 사용됐지만 물량이 모자라자 중국에서 수입하면서 품질문제가 불거졌다. 그래서 대기업들은 2000년을 전후로 무를 빼고 배추 양배추 대파 등을 쓰게 됐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값이 상대적으로 싼 무를 선호했고 이번에 폐 단무지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

▽위생관리 어떻게 하나=2000년 식품영업 허가제가 신고제로 바뀌면서 식품공장에 상주하던 식품위생관리인도 철수했다. 이후 공장의 위생관리는 전적으로 업체들의 양심과 장비에 맡기게 됐다. 정부는 유통되는 제품을 수거해 검사를 한 뒤 문제가 있으면 단속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식품제조업체는 1만8000여개사이지만 이 가운데 94개 업체만 정부가 권장하는 HACCP를 통과했다는 지정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품제조업체 가운데 직원 10명 미만의 영세업체가 80%나 된다”며 “영세업체들이 많다보니 안전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만두제조업체의 직원이 완성된 만두 중 불량품이 없는지 살피고 있다(위). 출고되기 직전의 포장된 만두가 금속탐지기를 통과하고 있다(아래).

94개 제조업체들이 평소 하는 위생검사의 형태는 다음과 같다.

원료가 입고되면 눈으로 일단 위생검사를 한다. 육류는 돼지털이 남아 있는지, 물렁뼈가 있는지, 항생제나 예방주사를 맞은 뒤 혹시 바늘이 남아있지 않은지가 주된 검사 대상. 야채는 묶음을 펼쳐서 눈으로 검사한다. 특히 부추나 대파처럼 이물질이 섞이기 쉬운 품목은 집중 검사 대상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기업들도 대부분 이런 검사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기자와 통화한 한 공장장은 “눈으로 보기에도 문제가 있는 무 제품이 있었지만 다른 거래선을 찾기까지 그 회사 제품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원료 검사가 끝나면 재료를 배합한다. 이때 원칙은 작업자가 에어샤워와 소독수로 씻는 것. 하지만 시설 부족으로 이처럼 위생관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만두가 만들어진 뒤에는 보통 세 차례에 걸쳐 금속탐지기 검사를 받는다. 포장되기 전, 중량검사를 받은 뒤, 박스에 들어가기 전이다. 혹시 주사바늘이 남아있는 경우 인체에 치명적이기 때문. 하지만 금속탐지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제대로 된 장비를 구입하는 데 억 단위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원료나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시로 대장균 등 미생물 검사를 해야 하지만 제대로 하지 않는 업체들이 많다.

▽HACCP란=세계보건기구(WHO)가 가공식품에 권고하는 식품안전관리 방법이다. 공장 환경에 세균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지, 식품이 직접 닿는 기기의 마감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제품은 어떤 검사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등을 일일이 규정하고 있다.

특정 공장에서 생산되는 특정 제품에 대해 지정하며 같은 공장에서 다른 제품을 생산하면 별도 지정을 받아야 한다.

식약청과 농림부가 각각 냉동식품과 육류가공품에 대해 지정·인증하며 1년에 한 번 정도 점검한다. 육류가공품 회사 중 HACCP 인증을 받은 업체는 133개며, 냉동식품의 경우 2006년부터 일부 품목에 대해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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