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안되는데 대출까지…은행들, 대출 심사 강화

  • 입력 2004년 6월 13일 18시 04분


각 은행이 내수침체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모텔 여관 등 숙박업소와 음식점에 대한 은행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은 ‘소호(SOHO) 업종’으로 분류되는 이들 업소의 연체율이 급속히 높아져 중소기업 대출 부실의 주요 원인으로 떠올랐기 때문. 이에 따라 숙박업소와 음식점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자금사정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모텔 여관 목욕탕 찜질방 등의 업종을 대출 억제 업종으로 분류해 신용도가 높지 않으면 신규대출을 해주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소호업종 개인사업자의 대출에 대해서는 지점장 권한으로 대출해 줄 수 있는 한도를 5억원에서 2억원으로 낮추고 이 금액을 넘으면 반드시 본점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국민은행은 소호업종에 대한 신규대출을 해줄 때 담보뿐 아니라 대출 대상 개인사업자의 소득과 영업실적 등 상환능력을 엄격히 심사하고 있다. 조흥은행도 음식 숙박업종과 건설업종을 ‘대출 유의 업종’으로 지정해 대출해줄 때 신용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은행들은 1998년 4월 모텔 여관 등 숙박업소에 대한 대출 제한이 풀린 뒤 이들 업종에 대한 대출을 늘려왔다. 특히 1, 2년 전부터 중소 제조업체의 불황이 시작되자 담보가 확실하고 현금 흐름이 좋은 모텔 음식점 등 ‘소호업종’ 대출을 대폭 확대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2002년 말 12.23%였던 제조업체 대출비중이 지난해 말에는 11.55%로 낮아졌다. 반면 부동산·임대업 비중은 4.25%에서 4.62%로, 숙박 음식점업은 1.57%에서 1.68%로 각각 높아졌다.

한 은행의 기업금융 관계자는 “소비 위축으로 이들 업종이 크게 침체되면서 ‘소호 업종’의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져 중소기업 연체율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한꺼번에 대출을 회수하면 대부분의 업체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신규 대출을 억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소호업종 : 소호(SOHO)란 ‘Small Office, Home Office’의 약어로 원래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집을 사무실 삼아 홀로 일하는 것. 그러나 국내 은행들은 숙박업 음식점업 등을 영위하는 개인 자영업자를 ‘소호 업종’으로 분류해 가계대출 등과 구분해 왔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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