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신탁제도’ 기업인출신 정치인 “고민 되네”

  • 입력 2004년 6월 13일 18시 15분



정부가 입법예고한 ‘주식 백지신탁제도’의 적용 대상에 17대 국회의원을 소급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기업인 출신 정치인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주식 백지신탁제도는 1급 이상의 고위공직자가 보유한 주식을 신탁기관에 위임한 뒤 60일 이내에 이를 처분, 운용하고 임기가 끝나면 신탁자에게 되돌려주는 제도.

17대 의원에게 이 제도가 소급 적용될 경우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인 현대중공업과 비상장 비등록 기업인 심로악기, 유림건설 등 의원들이 대주주로 있거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경영권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금배지’냐, ‘경영권’이냐의 갈림길에 설 수도 있다.

이 제도가 시행으로 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상장기업은 정몽준(鄭夢準·무소속) 의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3월 말 현재 현대중공업의 주요주주는 정 의원 10.8%, 금강고려화학 8.15%, 현대미포조선 5.0%, 아산재단 2.05% 등이다.

최대주주인 정 의원의 지분이 정부안대로 신탁기관에 넘겨져 60일 이내(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30일 연장)에 강제 매각될 경우 1대 주주가 바뀌게 돼 경영권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정 의원이 보유한 2224억원어치(11일 종가 기준)의 현대중공업 주식이 단기간에 시장에 흘러나올 경우 주가 하락에 따라 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백지신탁제도가 증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개별 기업의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외국계 펀드의 인수합병(M&A)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며 주가 하락으로 기존 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정일(李正一) 의원의 경우 상장기업인 조선내화의 지분 1.47%(직계존비속 지분 포함시 9.35%)를 보유하고 있지만 1대 주주 지분(17.07%)에 못 미쳐 경영권 분쟁에서는 한발 비켜서 있다는 분석이다.

비상장 주식의 경우 매각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주식 가치 평가 등이 어려워 지분 매각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심재엽(沈在曄) 의원은 비상장 비등록기업인 심로악기의 지분 48.8%(특수관계인 지분 포함), 같은 당 김양수(金陽秀) 의원은 아파트건설업체인 유림건설 지분 30%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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