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주식 백지신탁제도는 1급 이상의 고위공직자가 보유한 주식을 신탁기관에 위임한 뒤 60일 이내에 이를 처분, 운용하고 임기가 끝나면 신탁자에게 되돌려주는 제도.
17대 의원에게 이 제도가 소급 적용될 경우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인 현대중공업과 비상장 비등록 기업인 심로악기, 유림건설 등 의원들이 대주주로 있거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경영권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금배지’냐, ‘경영권’이냐의 갈림길에 설 수도 있다.
이 제도가 시행으로 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상장기업은 정몽준(鄭夢準·무소속) 의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3월 말 현재 현대중공업의 주요주주는 정 의원 10.8%, 금강고려화학 8.15%, 현대미포조선 5.0%, 아산재단 2.05% 등이다.
최대주주인 정 의원의 지분이 정부안대로 신탁기관에 넘겨져 60일 이내(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30일 연장)에 강제 매각될 경우 1대 주주가 바뀌게 돼 경영권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정 의원이 보유한 2224억원어치(11일 종가 기준)의 현대중공업 주식이 단기간에 시장에 흘러나올 경우 주가 하락에 따라 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백지신탁제도가 증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개별 기업의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외국계 펀드의 인수합병(M&A)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며 주가 하락으로 기존 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정일(李正一) 의원의 경우 상장기업인 조선내화의 지분 1.47%(직계존비속 지분 포함시 9.35%)를 보유하고 있지만 1대 주주 지분(17.07%)에 못 미쳐 경영권 분쟁에서는 한발 비켜서 있다는 분석이다.
비상장 주식의 경우 매각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주식 가치 평가 등이 어려워 지분 매각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심재엽(沈在曄) 의원은 비상장 비등록기업인 심로악기의 지분 48.8%(특수관계인 지분 포함), 같은 당 김양수(金陽秀) 의원은 아파트건설업체인 유림건설 지분 30%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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