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장사할 수 없다고 항의했지만 까르푸는 “가격인상폭이 지나치다”며 맞섰다.
그나마 CJ는 대형할인점에 맞설 힘이 있지만 중소식품회사는 납품가격을 몇 년째 올리지 못한 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납품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제조업과 유통업간 ‘힘의 균형’이 바뀐 점이 작용한다.
과거 ‘소품종 대량생산’ 시절에는 제조업체가 제품공급권을 갖고 우위에 섰다. 그러나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뀌면서 유통업체가 주도권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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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이마트 홈플러스 까르푸 등 할인점과 식품제조업체와의 관계에서 잘 드러난다.
▽할인점의 급성장=1999∼2002년 할인점 매출액은 연평균 32% 증가했다. 이 기간 재래시장의 매출액은 오히려 줄었고 백화점은 11% 증가에 그쳤다.
특히 2002년 전체 유통업체 매출에서 할인점의 비중이 17.5%로 백화점(16.5%)을 앞질렀다.
경영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 서울지사의 김연희 부사장은 “할인점의 힘은 직접매입비율이 높은 데서 나온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특정업체가 입점해 물건을 팔면 그 수수료를 받는다. 물건이 팔리지 않는 데 따른 재고 부담은 입점업체가 떠안는다. 따라서 입점업체의 판매가격은 백화점으로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반면 할인점은 납품업체의 상품을 직접 사고 재고 부담을 진다. 따라서 납품업체가 할인점을 이용하면 재고 부담이 없는 만큼 납품가격을 낮출 수 있다.
제품가격이 백화점보다 할인점이 싸기 때문에 ‘똑똑한’ 소비자는 할인점을 찾는다는 것.
김 부사장은 “향후 성장 전망도 백화점은 어둡고 할인점은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납품가격 인하 압박=베인앤컴퍼니 박성훈 이사는 “할인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누가 더 싸게 물건을 납품받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며 “이는 결국 납품가격 인하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식품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납품가격을 깎아야 하는 할인점간에 충돌이 생긴다.
실제로 할인점의 힘이 커지면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주요 6개 식품의 가격은 오히려 내렸다.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한국의 할인점은 외국처럼 도시 외곽의 저가 창고형이 아니라 시내 한복판에 고급매장을 열어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므로 17∼20%의 마진을 남기려면 제조업체를 압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도 한국과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초대형 할인점인 월마트는 납품업체에 끊임없이 가격 인하를 요구했고 이는 미국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0.5∼1%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식품회사의 선택은=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2002년 한국의 매출액 상위 6개 식품회사의 순이익률은 5.0%로 미국(12.4%) 유럽연합(8.7%) 호주(7.2%) 등에 비해 낮다.
김 부사장은 “식품회사는 유통회사와의 갈등 속에서 수익성이 계속 떨어졌으며 앞으로 더 심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식품회사의 대안으로 △생산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 △대표 브랜드 육성 △지속적 연구개발(R&D)을 통한 신제품 개발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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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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