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압력밥솥…구석구석 입체가열 밥이 ‘쫀득쫀득’

  • 입력 2004년 6월 15일 17시 31분


《웬만한 가정이라면 한 대씩 갖추고 있어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전기압력밥솥. 한국인 입맛에 가장 맞는다는 ‘무쇠 가마솥에 지은 밥(가마솥 밥)’에 버금가는 맛을 내고 있어 소비자들의 인기가 높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부 제품에서 폭발사고가 잇따라 불안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쌀을 물에 넣고 전기코드만 꽂으면 저절로 찰진 밥을 만들어내는 전기압력밥솥의 원리와 유의사항을 자세히 알아본다. 》

▽구석구석 열을 가한다=쌀의 70∼80%를 구성하는 주성분은 탄수화물(전분)이다. 딱딱하게 뭉친 쌀의 전분이 풀처럼 풀어지고, 물기가 쌀에 적당히 흡수됨으로써 쫀득쫀득한 밥이 만들어진다. 이를 위해 섭씨 100도 이상으로 물을 끓여 쌀에 적당한 열을 제공해야 하는데 열이 쌀 전체에 골고루 전달되지 않으면 ‘밑은 타고 위는 설익은’ 밥이 되기 일쑤다.

전통 가마솥은 밑바닥이 둥그렇기 때문에 열이 입체적으로 전해진다.

또 바닥의 두께가 부위별로 다른 점도 한몫 한다.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연구실 윤용현 연구관은 “대부분의 가마솥에서 불에 먼저 닿는 부분을 두껍게 하고 가장자리 부분을 얇게 만들어 열을 고르게 전달시킨다”고 말했다. 평균적으로 바닥이 가장자리보다 2배 두껍다.

현대인이 애용하는 전기압력밥솥은 가마솥처럼 입체적으로 열을 가하기 위해 전자유도가열(Induction Heating) 방법을 적용했다. 정식 명칭은 ‘통가열식 전기압력밥솥’.

밥솥 둘레 내부에 구리코일이 감겨 있는데 여기에 전류가 흐르면 자기장이 변화돼 무수한 2차전류(유도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 전류가 밥솥의 전기저항 때문에 뜨거운 열에너지로 전환된다.

장작불 대신 전류를 이용한다 해서 ‘불꽃 없는 불’이라 불린다. 사방에서 열이 전달되기 때문에 쌀이 구석구석 잘 익는다.

▽압력 못 이기면 사고 발생=쌀이 잘 익으려면 대기압(1기압) 이상의 압력도 필요하다. 밥을 지을 때 솥 안의 공기와 수증기가 빠져나가 ‘김이 새면’ 설익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통 가마솥의 뚜껑 무게는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

하지만 전기압력밥솥에 이런 무거운 장치를 얹을 수는 없는 일. 대신 내솥과 뚜껑에 톱니바퀴 모양의 돌출부가 만들어져 있다. LG전자 조리기기사업부 김상진 선임연구원은 “뚜껑을 닫고 손잡이를 돌리면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리게 돼 공기와 수증기가 빠져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한정 압력이 증가되는 것은 아니다. 압력조절장치를 달아 일정 압력(2기압) 이상이 되면 기체배출구를 통해 내부 기체가 빠져나오도록 한다.

최근 LG전자 밥솥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은 톱니바퀴가 잘 맞물리지 않는 불량품 때문. 김 연구원은 “내솥의 돌출부가 규격보다 작게 만들어져 취사 뚜껑이 압력을 못 견뎌 사고가 발생했다”며 “정상 제품이라도 국이나 죽 등의 음식을 조리하면 건더기가 기체배출구를 막아 내부 압력이 높아져 폭발사고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일 밥을 짓는 도중에 평소와 달리 소리가 크게 나거나 기체배출구에서 증기가 발생하지 않으면 불량품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서비스센터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리콜제도 적극 활용해야=LG전자는 최근 제품 리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사고가 난 ‘P-M시리즈’ 모델과 사고가 나지 않았지만 사전예방 차원에서 ‘P-Q시리즈’ 모델 밥솥의 리콜을 실시한다는 내용. 이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가 가까운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하면 확인 후 내솥을 교체해준다.

5월 20일부터 ‘신고보상금 제도’가 시행되고 있어 교체할 경우 5만원을 받는다. LG전자측에 따르면 13일 현재 두 모델의 교체율은 95%에 달하고 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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