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라클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김지원(金智媛·42)씨는 “한국에서 이공계 직장만큼 성차별이 적은 분야도 드물다. 기본적으로 이공계는 개인의 기술력에 따라 평가받는 분야”라고 말했다. 한국오라클연구소도 여성과 남성 연구원이 절반씩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초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주요 외국계 정보기술(IT) 연구소의 총책임자에 올랐다. 미국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한국 기업 환경에 맞게 바꾸는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한국 연구소의 기술 수준이 가장 높기 때문에 중국 오라클의 연구원들도 그의 지휘를 받는다. 그는 “솔직히 술자리에서 부하직원의 등을 토닥여 주는 맏형 스타일의 보스는 아니다”면서 “그 대신 부하직원이 개발한 기술이 상품화될 수 있도록 연결시켜 주는 ‘세일즈맨형 리더’”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이화여대 전산과 1회 출신. “특별한 목적의식보다는 취직이 잘 될 것 같아서 컴퓨터를 공부했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지금도 대학 이공계 교육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그때는 더했다고 한다. “대학시절 실습실 컴퓨터를 일주일에 30분 정도밖에 못 쓸 정도였습니다. 오죽하면 대학 3학년 때 전공을 바꾸려고 했을까요.”
그가 ‘전문가’가 된 것은 취직한 뒤의 일. 직장에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컴퓨터에 흥미를 붙이게 됐다. 외국계 석박사들도 많은 IT연구소의 책임자까지 오른 데 대해 그는 “연구실에만 있기보다는 고객들과 직접 접촉하는 분야에서도 경험을 쌓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부이지만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별로 없다. ‘공학도는 지속적으로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신조로 꾸준히 공부를 하기 때문. 그는 “최근 대학원에 등록해 디지털방송 분야 공부를 하느라 퇴근 시간이 더 늦어지고 있다”며 웃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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