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식품사 “위기관리가 뭐예요”

  • 입력 2004년 6월 16일 18시 03분


“쓰레기 만두 사태는 한국 기업에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교과서적인 사건이다.”(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 수석연구원)

기업의 경영활동이 복잡해지고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기업의 위기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작은 변수가 어떻게 증폭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제조업체들도 대부분 리스크 관리조직을 두고 있다. 재무팀의 유동성 관리나 관재팀의 화재 예방만을 리스크 관리로 생각하는 한국 기업과는 다르다.

▽리스크의 파악과 평가=LG경제연구원 고재민 연구원은 이번 만두사태와 관련된 식품기업들의 가장 큰 잘못으로 납품업체에 대한 품질관리를 꼽았다.

원가절감 압력이 커지면서 아웃소싱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웃소싱과 품질관리는 일반적으로 상충된다.

따라서 식품업체로서는 하청업체의 불량식품 납품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할 위험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최우선순위를 품질관리에 두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일본 업체들은 식품이나 부품을 납품받기 전에 꼭 협력업체 공장을 방문해 제조 과정을 꼼꼼하게 점검한다. 고 연구원은 “리스크 관리의 출발은 회사의 잠재적 위험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예방하는 활동인데 한국 기업은 이 부분이 취약하다”며 “리스크 관리를 사고 때 대처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기업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리스크 측정 지수 및 대응 방안 수립=선진국의 기업들은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파악해 각 리스크의 우선순위, 발생 확률 및 피해 규모 추정, 사전 감지할 수 있는 지표 개발, 대응방안 도상 연습 등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

슈퍼마켓의 선두 기업인 일본 다이에는 1995년 고베지진이 일어난 이후 2시간 만에 영업을 재개했다. 평소 지진이 생겼을 때의 사내 보고와 경영 의사 결정 체계를 만들어 반복적으로 연습했기 때문이다. 킴벌리 클라크는 매년 세계 공장 및 사무실에서 동시에 가상훈련을 한다. 공장 폭발, 제품 결함, 재무적 위험, 파업 등 갖가지 사건이 터졌을 때 각 조직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훈련한다.

▽사후 대처=위기가 생겼을 때는 대처가 중요하다.

민 연구원은 “식품기업들은 경찰이 수사할 때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분석하고 수사결과 발표 전에 리콜했어야 했다”며 “사건의 파장을 제대로 인식한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고 말했다.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식품기업도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만두사태로 만두는 물론 냉동식품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했어야 했지만 ‘강 건너 불’처럼 사건의 전개 과정만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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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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