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시중은행 대출담당자는 16일 노무현 대통령과 금융기관장들의 간담회 소식을 전해 듣자 “올해 3월 정부가 한마음금융(배드뱅크) 설립 방침을 밝히자 대출 연체율이 오른 일이 생각난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은행들이 연체율 노이로제에 빠져 있다. 내수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신용카드 및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신용불량자 구제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내수 부진으로 연체율 빠르게 상승=4월 이후 은행대출 연체율이 오름세다.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신용카드 연체율도 다시 오르고 있다.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 이른바 ‘소호(SOHO) 업종’과 중소기업 대출도 마찬가지다.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계 신용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10.3%로 4월 말의 8.7%보다 1.6%포인트 오르며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소호대출 연체율도 지난달 말 3.3%로 전달보다 0.2%포인트가 상승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말 2.1%에서 지난달 말 3.2%로 1.1%포인트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14개 상호저축은행 경우 4월 말 현재 3000만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 연체율이 55%에 육박했다. 하나은행 김종렬(金宗烈) 부행장은 “일부 은행의 연체율 증가 속도가 빠르고 연체율 증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신용불량자 구제 실적 저조=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4월 초부터 단독 신용불량자 12만명을 대상으로 채무재조정에 들어갔지만 재조정을 받은 사람은 5월 말 현재 1만5000여명(12.5%)이다.
하나은행도 올 2월부터 1만8900명을 대상으로 채무재조정에 나섰으나 5월 말 현재 4331명(22.9%)을 구제했을 뿐이다. 조흥은행도 지난달 20일부터 3만2000명 가운데 2031명(6.3%)의 채무를 재조정해주는 데 그쳤다.
한 은행 실무자는 “구제해 주고 싶어도 직장이 없어 소득원이 불분명한 사람은 어쩔 수가 없다”며 “다양한 구제대책이 나오다 보니 채무자들 사이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고 푸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신용상(辛龍相) 박사는 “유가 인상 등 악재가 많아 연말까지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경기 회복이 실제 연체율 인하로 이어지는 데는 3, 4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연체율 하락은 내년 3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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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호기자 kyle@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소호(SOHO)업종 : ‘Small Office, Home Office’의 약어로 원래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집을 사무실 삼아 홀로 일하는 것. 국내 은행들은 숙박업 음식점업 등을 영위하는 개인 자영업자를 ‘소호 업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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