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출 연체율 뜀박질 신용불량 구제는 게걸음

  • 입력 2004년 6월 16일 18시 03분


1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마음금융본사에서 신용불량자들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1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마음금융본사에서 신용불량자들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말씀처럼 부실 대출에는 돈을 빌려준 은행의 책임도 큽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채무자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채무자들이 ‘쉽게 돈을 빌려준 책임’을 함께 지자고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A시중은행 대출담당자는 16일 노무현 대통령과 금융기관장들의 간담회 소식을 전해 듣자 “올해 3월 정부가 한마음금융(배드뱅크) 설립 방침을 밝히자 대출 연체율이 오른 일이 생각난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은행들이 연체율 노이로제에 빠져 있다. 내수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신용카드 및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신용불량자 구제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내수 부진으로 연체율 빠르게 상승=4월 이후 은행대출 연체율이 오름세다.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신용카드 연체율도 다시 오르고 있다.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 이른바 ‘소호(SOHO) 업종’과 중소기업 대출도 마찬가지다.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계 신용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10.3%로 4월 말의 8.7%보다 1.6%포인트 오르며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소호대출 연체율도 지난달 말 3.3%로 전달보다 0.2%포인트가 상승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말 2.1%에서 지난달 말 3.2%로 1.1%포인트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14개 상호저축은행 경우 4월 말 현재 3000만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 연체율이 55%에 육박했다. 하나은행 김종렬(金宗烈) 부행장은 “일부 은행의 연체율 증가 속도가 빠르고 연체율 증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신용불량자 구제 실적 저조=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4월 초부터 단독 신용불량자 12만명을 대상으로 채무재조정에 들어갔지만 재조정을 받은 사람은 5월 말 현재 1만5000여명(12.5%)이다.

하나은행도 올 2월부터 1만8900명을 대상으로 채무재조정에 나섰으나 5월 말 현재 4331명(22.9%)을 구제했을 뿐이다. 조흥은행도 지난달 20일부터 3만2000명 가운데 2031명(6.3%)의 채무를 재조정해주는 데 그쳤다.

한 은행 실무자는 “구제해 주고 싶어도 직장이 없어 소득원이 불분명한 사람은 어쩔 수가 없다”며 “다양한 구제대책이 나오다 보니 채무자들 사이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고 푸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신용상(辛龍相) 박사는 “유가 인상 등 악재가 많아 연말까지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경기 회복이 실제 연체율 인하로 이어지는 데는 3, 4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연체율 하락은 내년 3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소호(SOHO)업종 : ‘Small Office, Home Office’의 약어로 원래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집을 사무실 삼아 홀로 일하는 것. 국내 은행들은 숙박업 음식점업 등을 영위하는 개인 자영업자를 ‘소호 업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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