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박성래/분양가 내릴 대안 많다

  • 입력 2004년 6월 18일 18시 34분


코멘트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투기가 문제시된 것은 1970년대 중반부터다. 서울 강남에 아파트 개발 붐이 일면서 ‘부동산 투기’라는 말이 신문을 장식했다. 곧바로 규제정책이 나왔다. 분양가를 규제하고 주택청약제도를 시행했다. 그러자 온 국민이 아파트 당첨에 목을 매게 됐다. 그러나 투기 심리가 달아 오른 상황에서 시장을 통제하다 보니 소수의 운 좋은 당첨자만 이익을 누리고 집값은 폭등했다.

최근 강남의 재건축 붐도 비슷하다. 저밀도 아파트를 고밀도로 재건축할 수 있도록 허용한 탓에 투기 심리가 고조돼 값이 폭등했다. 이에 대한 규제가 실시되자 기존 아파트 값이 올랐다. 투기가 규제를 부르고 규제가 또 다른 집값을 올리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분양원가 공개 등 최근의 정책도 과거의 오류를 재현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집값을 안정시킬 다른 대안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등록된 업체는 5500여개이지만 작년에 아파트를 분양한 업체는 전체의 10% 남짓이다. 사업 실적이 없는 업체 중 상당수는 사실상 땅 투기꾼이다. 이들은 개발정보를 입수해 가계약 형태로 미리 땅을 사들여 선량한 주택업체에 매입가의 2, 3배에 되판다. 땅값과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는 이런 악덕 업체들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

주택업체가 주택보증회사에 내는 고율의 수수료도 분양가를 높이는 요소다. 보증수수료가 높은 것은 선(先)분양 방식 때문이다. 따라서 후(後)분양 방식을 조기 도입하면 보증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 한 동(棟)이라도 먼저 지어 이를 모델하우스로 사용토록 하면 수십억원의 모델하우스 건립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 밖에 공공택지의 후분양제 등 분양가를 내릴 방안은 많다. 명분과 당위에 얽매여 소모적인 논쟁을 하기보다 간과하고 있는 대안들을 우선 실천해야 한다.

박성래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