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실내는 또 얼마나 더울까’라는 생각이 떠오르자 휴대전화를 꺼내 에어컨을 가동시켰다. 10여분 뒤 집에 도착했을 때 실내는 시원했다.
기온을 낮추는 단순한 기능을 가진 에어컨이 최근 첨단 정보기술(IT)과 결합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속속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통신기술과 결합된 네트워크 에어컨. 삼성전자는 서울 타워팰리스와 대구 태왕아파트 등에 홈 네트워크와 결합된 에어컨을 공급했다. LG전자도 서울 서초구 방배동 LG자이, 동대문구 장안동 현대홈타운 등에 네트워크 에어컨을 제공했다.
올해는 10년 만에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에 따라 에어컨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창문형에서 시작된 에어컨이 정보가전으로 변모하고 있다.
▽에어컨의 진화=국내에 에어컨이 처음 나온 것은 1960년대. 실내기와 실외기가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창문형 제품이 시초였다. 이후 등장한 것은 벽걸이형으로 80년대 초반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을 전후에 지금 보편적으로 쓰이는 스탠드형 에어컨이 나왔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고는 냉방 범위가 넓은 스탠드형을 가정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랫동안 이런 형태를 유지하던 에어컨이 2003년 이후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LG전자가 실외기 1대에 실내기 2대(스탠드형과 벽걸이형)가 결합된 제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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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올해 ‘미니컨’ 이라는 이름의 송풍기가 딸린 에어컨 제품을 내놓았다.
가장 급격한 변신은 LG전자가 올해 선보인 ‘이브’. 이 제품은 생긴 모양이 꼭 홈시어터의 후면 스피커처럼 생겼다. 에어컨의 부피가 동일한 18평 제품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2대를 세트로 설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거실 한쪽 구석에 숨어 있던 에어컨을 실내장식용으로 격상시킨다는 것이 LG전자의 전략이다.
벽걸이형 에어컨에 장식 기능이 가미돼 ‘액자형’ 에어컨으로 변신한 것도 최근 일이다. 공부방 등에 설치되는 액자형 에어컨 가운데 소음 수준이 도서관(40dB)보다 낮은(26dB) 제품도 LG전자에서 나왔다.
▽전화선으로 고장 유무 판단=형태별 진화보다 더 눈부신 것은 기능의 다양성.
위니아만도는 전화선과 연결해 고장 유무를 자동으로 진단하는 에어컨을 선보였다. 고객이 에어컨을 켜면 자동으로 고장 여부가 송신된다. 고장 신호가 보내지면 서비스 요원이 가정을 방문해 수리해준다. 또 인터넷 회선과 에어컨을 연결해 원격지에서 켜고 끌 수 있는 에어컨도 선보였다.
‘아바타’에 익숙한 인터넷 세대의 감성을 자극한 에어컨도 나왔다.
LG전자는 최근 에어컨에 액정화면을 장착해 에어컨의 작동 상태를 캐릭터의 재미있는 동작으로 보여주는 제품을 내놨다. 강력한 바람일 때는 펭귄이 급경사에서 스키를 즐기는 장면이 나오고 약한 바람일 때는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 등이 나타난다.
소비자의 건강을 고려한 기능도 많아지고 있다.
90년대 중후반부터 단순한 형태의 공기 정화기능이 가미되기 시작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놓은 제품에는 살균이나 탈취 기능까지 부가돼 있다.
위니아만도는 에어컨의 첫 바람에 있을 수 있는 세균을 없애기 위해 자외선램프를 내부에 장착해 처음부터 깨끗한 바람이 나오도록 한 제품을 선보였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올해 비타민이 함유된 공기를 내보내는 에어컨을 내놓았다. 이 에어컨에는 산소 발생기능과 7단계 청정시스템이 적용된 공기청정 기능도 들어있다. 방출된 비타민C가 모발과 피부에 흡수돼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구매 요령=에어컨을 구매할 때 냉방범위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절반 정도 평형을 고르면 무난하다. 30평형 아파트라면 15평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인터넷으로 구매할 때는 설치비가 포함된 가격인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에어컨은 가전제품 가운데 전기 소비가 많은 품목인 만큼 표시된 소비 전력량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같은 평형대의 제품이더라도 회사별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최근 나온 제품 중에는 초절전 냉방기술이 적용돼 기존 제품에 비해 전기요금을 최대 60%까지 줄여주는 것도 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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