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가 작년에 비해 10% 이상 늘어나 세입자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않은 채 이사를 하면 자칫 전세금에 대한 권리를 잃을 수 있다. 전셋집이 나가지 않을 때 전세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는 없을까.
▽임차권 등기=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새 아파트에 입주했다고 가정해 보자. 살던 집은 비어 있는 상태다.
이때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세입자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을 수 있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전세금 등에 대한 세입자의 권리다. 이를 잃으면 사실상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1999년 ‘임차권 등기 명령’ 제도가 마련됐다. 이사를 가기 전 살던 집에 임차권 등기를 해 두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최근 전세 거래가 뜸해지면서 임차권 등기 신청 건수가 급증했다. 서울에서는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1306건이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656건)의 두 배 정도로 늘었다.
임차권 등기를 하려면 임대차계약서 사본과 전입일자가 적힌 주민등록등본, 도장 등을 갖고 거주지 지방법원에 가야 한다. 법원에서 임차권 등기 명령 신청서를 작성하고 준비한 서류를 첨부해 임차권 등기를 신청한다.
신청을 마치면 법원이 집주인에게 임차권 등기 명령 내용을 보낸다. 이와 함께 해당 주택의 등기부등본에 임차권 등기 내용이 기재된다.
임차권 등기를 신청한 후 등기가 완료될 때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린다. 임차권 등기의 효력은 신청이 아니라 등기 완료 때부터 발생한다. 등기소나 대법원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서 등기부 등본을 떼 임차권 등기가 됐는지 확인한 후 이사해야 한다.
▽경매로 전세금 반환=임차권 등기를 마치고 이사를 한 후 집주인이 계속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민사조정이나 전세금 반환 청구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우선 법원에 민사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민사조정을 신청하면 법원조정위원회가 집주인에게 전세금 반환 날짜를 정해 준다. 지정된 날까지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집을 경매 처분해 전세금을 받을 수 있다.
드물게 집주인이 임대차 계약 자체를 부인해 분쟁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전세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 재판에서 이기면 이를 근거로 세입자가 집을 경매 처분할 수 있다.
▽새 집 계약 전에 살던 집 먼저 처리해야=민사조정을 신청하고 조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다 경매에 걸리는 기간까지 합치면 전세금을 돌려받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전세금 반환청구 소송을 한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서진형 연구팀장은 “살고 있던 전셋집 문제를 처리하고 이사할 집을 계약해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입주 시기나 잔금 마련 등으로 곤란을 겪을 수 있다는 것.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전세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계약 만료일로부터 1∼6개월 전에 통보해야 한다. 요즘같이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 때는 3개월 전에 집주인에게 이사할 의사를 전달하는 게 좋다.
계약 만료일로부터 한 달 이전에 집주인에게 계약 종료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계약기간이 ‘묵시적으로 연장’된 것으로 간주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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